국무조정실이 은행에 새로 계좌를 개설할 때 적용하는 출금·이체 한도와 관련해 “연내 한도 상향을 추진하라”고 8일 금융위원회에 권고했다. 금융위는 이를 수용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루 30만~100만원으로 제한된 출금·이체 한도가 연내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한 지 7년 만이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이날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금융거래 목적 확인 및 한도 제한 제도’와 관련해 “해외 사례와 한국 경제 수준을 고려해 일일 한도의 상향 조정을 추진하라”고 금융당국에 권고했다. 구체적인 한도에 대해서는 “은행권 협의 후 규제심판부와 상의해 연내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개인이나 법인은 은행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일정 기간 거래 한도를 제한받는다. 한도는 국민·신한·하나은행은 하루 기준으로 △온라인 이체 30만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체·인출 각각 30만원 △창구 인출·이체 합산 100만원이다. 우리은행은 온라인·ATM·창구 모두 합쳐 하루 100만원까지만 거래를 허용한다.
일부 은행은 재직증명서 등 요구 서류를 내면 거래 제한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실제 거래 실적을 확인하는 은행이 많다. 거래 실적을 확인하는 경우 거래 제한 기간은 통상 3개월이지만 1년가량 걸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업주부, 학생, 취업준비생, 신규 창업자, 은퇴 고령자 등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거래 실적이 저조한 고객은 거래 한도가 낮은 통장을 상당 기간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규제심판부는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내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라”며 복잡한 거래 한도 해제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미국의 한 은행은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온라인 뱅킹을 이용할 때 하루 5000달러(약 654만원)까지, ATM은 하루 300달러(약 39만원)까지 거래를 허용한다. 일부 은행은 ATM의 경우 하루 1000달러(약 131만원)까지 출금할 수 있다.
일본의 한 은행은 온라인 이체 한도가 기본 100만엔(약 920만원)이며, 고객이 별도로 지정하면 최대 1000만엔(약 9200만원)까지 이체를 허용한다. ATM 이체 한도는 하루 10만엔(약 92만원)으로 한국의 세 배 수준이다. 국조실 규제심판부는 이런 해외 사례를 고려해 소비자 특성과 증빙 수준, 거래 종류에 따라 한도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권고했다.
규제심판부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금융거래 한도 제한 제도’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2016년부터 현행 ‘한도계좌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포통장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국민 불편만 커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마찬가지다. 신규 창업을 한 경우 계좌 개설 후 직원급여를 이체하려 해도 인터넷 뱅킹 한도가 하루 30만원으로 제한돼 급여를 며칠간 나눠서 줘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규제심판부는 “금융거래 한도제한 제도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그림자 규제”라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만큼 한도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용/이소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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