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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가 독일에 5조원을 투자해 유럽 첫 번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독일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TSMC를 영입했다는 분석이다.
TSMC는 8일 성명을 내고 독일에 조인트벤처(JV)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최대 34억9900만유로(약 5조497억원)를 투자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밝혔다. TSMC가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동부 작센주의 드레스덴에 들어서는 TSMC 공장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반도체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 등과 함께 합작 투자 형식으로 건설된다. TSMC가 지분 70%를 가져가고 나머지 회사가 각각 10%를 소유한다. TSMC의 독일 공장은 월 4만 장의 12인치(300㎜) 웨이퍼를 생산하는 규모를 갖추게 되며 2027년 첫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운영은 TSMC가 맡는다.
공장 건설에는 독일 정부의 지원금을 포함해 총 100억유로(약 14조4200억원)의 투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독일 정부의 지원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금액의 절반인 50억유로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번 투자가 유럽연합(EU) 반도체 지원법(ECA·European Chips Act)에 따라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EU의 반도체 법안은 430억유로(약 60조원)를 투입해 유럽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현재 10% 미만 수준에서 2030년 20%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향후 수년간 반도체산업에 200억유로(약 29조원)를 투자하겠다는 밑그림이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인텔도 지난 6월 독일 마그데부르크 반도체 공장 확장에 300억유로(약 43조4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TSMC 역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TSMC는 대만과 중국, 일본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에도 공장을 설립 중이다. TSMC는 이날 이사회에서 애리조나 공장에도 45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고객의 전략적 역량과 기술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TSMC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유럽은 특히 자동차와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혁신이 매우 유망한 곳으로, 유럽의 인재들과 함께 첨단 실리콘 기술을 활용해 이런 혁신을 실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TSMC의 독일 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될지는 미지수다. 애리조나 공장은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2025년까지 준공 일자가 연기됐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정부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어 인력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신정은/노유정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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