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대입에 목을 안매나…"대학 안나와도 먹고 살 만해"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8-11 07:07   수정 2023-08-11 10:12



일본인은 왜 대입에 목을 안매나(上)에서 살펴본 일본 특유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제외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일본인이 대입에 목을 매지 않는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와 직업 전문학교만 나오더라도 대기업, 인기 직장을 고집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루 종일 직장에 얽매이는게 싫다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먹고 사는 프리터도 적지 않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은 대학에 목을 매는 가성비가 안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데 얼마가 들까. 아사히신문이 문부과학성 자녀 학습비 조사(2018년)와 일본정책금융공사 교육비 부담 실태조사(2020년)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자녀 1명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모두 국공립으로 보내면 1078만엔(약 9870만원)이 들었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사립(문과 계열)을 보내면 1674만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사립이면 2533만엔이 들었다. 일본 공립 초·중학교는 무료지만 사립 초·중학교는 연간 수업료가 40만엔 이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차이다.

사립대의 수업료 역시 연평균 91만엔(2019년)으로 국립대보다 70% 높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본 학생들은 중학교부터 사립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790개의 일본 대학 가운데 76%가 사립대인 만큼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사립을 보내는 경우인 1674만엔이 보편적인 교육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중·고등학교만 졸업한 친구들보다 수입이 훨씬 좋냐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남성이 풀타임 정직원으로 취업해서 60살까지 벌어들이는 생애 임금은 2억7210만엔이었다. 반면 고졸 남성이 평생 버는 임금은 2억1370만엔으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보다 5840만엔 적었다. 중졸 남성의 평균 임금은 1억9930만엔이었다.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여성의 평생 임금은 2억1570만엔인데 반해 고졸은 1억5200만엔, 중졸은 1억4540만엔으로 그 차이는 남성과 비슷했다. 6000만~7000만엔의 차이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만큼 더 벌자고 대입에 목을 매겠느냐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가성비가 좋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한국은 고졸자 임금을 100%로 놓았을 때 대학 졸업자가 138.3%, 대학원 졸업자가 182.3%로 차이가 두 배 가까이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한국은 막대한 사교육비가 든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25조9538억원이었다. CNN은 한국의 사교육비를 달러로 환산하면 약 200억달러로 아이슬랜드의 국내총생산(GDP·250억달러)과 맞먹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슬랜드 GDP 만큼 써서 대학에 가더라도 다시 서열에 따라 수입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대학 서열과 이에 따른 임금 격차 분석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과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이지영 씨가 올해 2월에 발표한 논문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에 따르면 5단계로 나눈 대학 서열 최상위 그룹 졸업자들은 최하위 그룹 졸업자들에 비해 평생 24.6%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노동패널의 1998~2017년 자료를 이용해 출신 대학별로 생애임금을 추적한 결과다. 서울대 등 16개 최상위 대학 졸업자들은 입사 시기인 25~29세부터 최하위 그룹 졸업자에 비해 24.61% 많은 임금을 받기 시작했다.

30~34세엔 33.64%, 35~39세엔 45.94%로 차이가 벌어지고 40~44세 구간에서 50.53%라는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50대 이후엔 10% 미만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게다가 요즘은 최상위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다.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대졸자 고용률은 76.8%로 OECD 평균(84.1%)보다 낮았다. 한국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 2월 4년제 대학 졸업자(2020년 8월 졸업자 포함)의 취업률은 64.2%였다.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5월26일 발표한 올해 3월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97.3%였다. 계열별로는 문과가 97.1%, 이과가 98.1%였다.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한국의 취업률은 전체 졸업생 가운데 취업자 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반면 일본은 대학 졸업예정자 중 취업을 원하는 이들(약 75%) 약 5000~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 조사라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전수 조사와 표본 조사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취업문이 너무나도 좁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 입시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셈이다. 대학 순위도 한국보다 높고, 취직도 잘되는 일본이나 중국의 대학으로 자녀를 진학시키려는 한국의 부모들이 늘어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도 대학 입시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을 깨닫고 일본처럼 대학에 목매지 않는 시대가 올까. 뿌리깊은 학벌주의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강해질 수록 한국의 대학 입시도 변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학군과 대학 진학률은 집값으로 이어지고, 자녀 교육비와 집값은 한국의 존망을 위협하는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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