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등 글로벌 인기 패션 브랜드가 한국 소비자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 접속을 틀어막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싼 가격으로 옷을 구매하려는 ‘직구족’의 온라인 원정 쇼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근 수년 새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직접 진출이 활발해진 가운데 해외 직구가 한국 사업 전개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표적 클래식 브랜드 폴로랄프로렌은 미국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해도 ‘co.kr’로 끝나는 한국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나이키도 국내 홈페이지로 재접속되고, 타미힐피거는 국내 공식 유통사인 한섬이 운영하는 페이지로 이어진다.
이처럼 직구 장벽이 높아지자 국내 직구족 사이에서는 ‘폴로 고시’라는 말까지 생겼다.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폴로랄프로렌 제품을 사는 게 마치 고시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직구족은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해 미국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등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결제할 때 미국 신용카드만 받는 폴로랄프로렌 등의 브랜드에는 현지 간편결제 서비스인 ‘아마존페이’를 활용하거나 결제 대행업체를 끼고 주문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패션사들이 국내 IP 접속을 막으면서까지 단호하게 대응에 나선 건 국내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패션시장으로 떠오르자 폴로랄프로렌은 지난해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여는 등 글로벌 패션사들이 잇달아 한국에 직접 상륙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 직구로 이탈해버리면 시장의 파이 자체가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직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글로벌 패션사의 국가별 가격 정책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브랜드는 납품하는 제품의 원산지와 생산원가가 국가별로 달라 제품 가격도 다르게 책정한다.
소비자가 직구로 다른 국가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면 글로벌 본사 입장에선 지역별 가격 정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패션업계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다른 영업전략이야 회사 재량이지만, 홈페이지 접속 자체를 막는 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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