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도박을 일삼는 형 석호(차인표 분)의 대출금 문제를 해결하러 금융사에 찾아갔다가 창구 직원인 일영(김희선 분)을 만난다. 대학생 딸을 둔 40대 초반의 미혼모로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일영은 치호의 순진한 모습에 호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순수하고 풋풋한 중년 로맨스를 재미있게 그린 영화.’ 오는 15일 개봉하는 ‘달짝지근해: 7510’(사진)을 연출한 이한 감독과 유해진, 김희선 등 주연 배우들이 지난 7일 첫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얘기한 작품 설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나서 성인판 ‘소나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0대의 첫사랑도 아니면서 순수하고 풋풋한 40대의 로맨스는 치호와 일영의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감독과 배우들의 표현을 빌리면 치호는 ‘극내향형’, 일영은 ‘극외향형’이다. 치호는 뛰어난 미각을 가지고 있지만 사교성이 극히 떨어진다. 일영은 어두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밝고 쾌활하며 매사에 적극적이다. 극과 극은 통하기 마련이랄까.
감독은 재밌는 영화를 내놓기 위해 개성 강한 캐릭터를 쏟아낸다. 치호의 염치없고 철없고 과격한 형 석호, 스스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진선규 분), 석호의 도박판 파트너로 무엇이든 과하게 몰입하는 은숙(한선화 분) 등이다. 유해진과 김희선을 비롯해 독특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캐릭터들을 묶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극적 전개다. 특히 배다른 형제인 석호와 동생 치호의 현재 관계와 성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과거의 사고, 치호와 일영이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육구(정우성 분)의 사고가 캐릭터 설명과 극적 재미를 위해 꼭 필요했는지는 몰라도 작위적 설정이란 느낌이 강하다. 더없이 예쁜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다운 결말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정우성, 임시완, 고아성 등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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