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 및 소재 업계에 따르면 솔브레인은 디엔에프와 M&A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솔브레인이 주당 5만원에 디엔에프 창업자 김명운 대표의 최대 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게 협상의 핵심이다. 김 대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디엔에프 지분 19.70%를 보유하고 있어 인수금액은 약 1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디엔에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위해 지분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있는 중소기업이다.
솔브레인은 김 대표 지분을 인수하는 동시에 유상증자도 할 것으로 IB업계는 예상한다. 3자 배정 증자 방식을 통해 지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평균 인수 단가는 낮춘다는 계획이다. 코스닥시장에서 디엔에프 주가는 올해 초 1만3000원 안팎에서 꾸준히 올라 이날 2만3950원에 마감했다.
솔브레인이 디엔에프를 인수하려는 것은 반도체 소재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다. 디엔에프는 KAIST 화학과 박사 출신인 김 대표가 2001년 창업한 회사다. 2005년 삼성전자와 반도체 공정 소재 전구체를 함께 개발하면서 반도체 재료 시장에 진출했다. 비정질카본레이어(ACL) 전구체, 더블패터닝테크놀로지(DPT) 전구체 등을 국산화했다.
솔브레인도 자체적으로 전구체를 비롯한 다양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디엔에프를 인수하면 전구체 분야 기술력 및 생산 능력을 향상하는 등 적잖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솔브레인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에 각종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사진)은 “인수를 추진 중인 것은 맞다”며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구체는 반도체 회로 형성 때 화학 반응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로 종류가 다양하다. 일본 정부가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여파로 디엔에프 전구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번 M&A 움직임을 두고 디엔에프의 주요 주주인 삼성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의 소재 국산화 지원을 목적으로 2021년 디엔에프에 210억원을 투자해 지분 7%를 취득한 2대 주주다.
소재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협력사 간 M&A일 뿐 아니라 한 곳은 삼성전자가 직접 투자한 흔치 않은 경우”라며 “삼성전자는 지분 7%를 계속 보유할지, 아니면 이번에 매각할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솔브레인은 지난해 매출 1조908억원, 영업이익 2070억원을 올렸다. 반도체 소재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77%를 차지한다. 올 1분기엔 매출 2429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을 기록했다. 디엔에프는 작년에 매출 1351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올렸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7억원, 5억원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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