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지난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며 밝힌 입장이다.
조 씨는 이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산대 의전원 입학과 관련해 반성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조 씨의 일부 혐의 공소시효 만료를 약 보름 앞둔 10일 기소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김민아)는 이날 조 씨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그간 조 전 장관과 조 씨는 입시 비리 혐의를 두고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7월 17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사회 활동을 하는 아버지로서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어려웠던 만큼 입시 비리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며 딸의 입시 비리를 도운 혐의를 전면 부인했죠. 조 씨는 지난 7월 10일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조 전 장관 아들 조원 씨도 연세대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씨의 소송 취하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는 검찰을 향해 반성의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입시 비리를 도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가족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감지됐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밝힌 입장은 조민 씨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진지한 반성이라는 부분을 고려할 때, 가족관계인 공범들 사이에 행위 분담이나 공모 경위에 명확한 의사 표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가족을 한꺼번에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관계자는 "기소에 관해선 대법원판결 취지, 가담 내용, 양형 요소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을 상대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피의자의 반성 태도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제일 중요한 고려 요소라는 점도 강조했다.
조 씨는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공모해 지난 2014년 6월 10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관리과에 허위로 작성한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을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조 씨는 조 전 장관, 정 전 교수와 공모해 서울대 의전원에 허위로 작성된 자기소개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위조 증빙서류를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법원은 정 전 교수의 재판에서 일명 7대 허위 스펙으로 불리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동양대 보조연구원 허위 경력 ▲서울대 인턴 허위 경력 ▲KIST 인턴 허위 경력 ▲공주대 인턴 허위 경력 ▲단국대 인턴 허위 경력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조 씨가 입시 비리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감안해 기소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조 전 장관 부부의 태도 등을 고려해 기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입시 비리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원씨에 대한 처분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조 씨의 기소 소식에 지지자들은 "살인에 버금가는 중범죄가 아니라면 가족을 한꺼번에 벌하지 않는데 딸까지 기소하다니 해도 너무한다"며 조 씨의 계좌에 송금하기 운동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용서는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떳떳하다고 하니 선처를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 씨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김어준 씨의 유튜브 등에 출연해 "떳떳하다", "제 점수는 충분했다. (동료 의사들에게 의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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