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과학자다. 어린 시절부터 빛을 발했다는 그의 과학자적 면모는 스페이스X CEO로서 두드러진다. 그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한 뒤 세계 방방곡곡에서 유능한 과학자를 모아 십수년간 동고동락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재사용 로켓 개발로 이어졌다.
이런 과학적 사건은 산업은 물론 국제 정치 지형을 바꾼다. 가장 큰 변화는 우주와 국방이 한몸이 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적군의 동향을 손바닥 보듯 보면서 거점을 적시에 정밀 타격하는 기술이 모두 위성을 둘러싼 기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의회에 낸 내년 국방 예산 8860억달러(약 1165조원) 가운데 우주 관련 예산이 역대 최대라고 한다.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도 우주 사업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 한국도 통신·정찰·항법 등 군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기업은 이를 발전시켜 군에 돌려주는 선순환이 절실한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군에 초정밀·고위력 타격, 북한 전역 감시정찰 능력, 복합 다층 대공방어 능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걸라고 했다. 이런 능력은 모두 우주 항공 기술에서 나온다. 육·해·공 무기 컨트롤타워인 방위사업청의 요새 가장 큰 관심도 우주 기술이다.
유감스럽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우주항공청 설립안에는 이런 시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방은 우리와 관계없다’는 식으로 부 직할 외청 형태를 고집하는 모습이다. 누리호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과학자들은 이런 형태의 우주항공청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과 우주 개발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장 과학자들을 존경까지 하진 않더라도,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불완전한 우주항공청으론 윤 대통령이 바라는 우주 개발과 국방 혁신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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