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급 사무관 A씨가 초등학교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A씨가 지난해 말 자기 자녀 담임에게 보낸 편지에 사용한 '왕의 DNA를 가진 아이' 용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말이 한 아동 뇌 전문 연구소에서 이전부터 사용하던 용어라고 설명했다.
10일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 A씨는 담임 교사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다가 10월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세종교육청은 즉시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A씨의 아들이 있던 학급의 담임은 두 차례 교체됐고, 해당 교사는 올해 5월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없음'을 처분받았다.
노조가 공개한 편지에는 A씨가 담임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라", "하지 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달라" 등의 요청이 담겨 있어 공분을 자아냈다.
이후 '왕의 DNA'라는 키워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자폐 무약물 치료', '언어·지적장애 무약물 치료'를 표방하는 한 아동관련 뇌 연구소는 2013년 설립돼 대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아동 ADHD, 자폐 관련 책을 꾸준히 출판했다.
연구소는 산만하고 다소 공격적이라 '문제적'이라고 지적받는 ADHD, 자폐 아동들의 행동 원인은 '뇌'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극우뇌'가 발달했기 때문이며 '왕의 DNA를 갖고 태어났다'면서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소에서 내놓은 책 내용 중에는 '왕의 DNA'와 함께 모차르트, 베토벤, 고흐 등 역사적 인물뿐 아니라 인권변호사이자 전 정치인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유시민 작가,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 축구 전 국가대표 이천수 등이 '극우뇌인'이라고 꼽으면서 제대로 된 양육 방식과 재능을 펼칠 기회를 제공 받은 덕분에 각각의 영역에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 측이 한 국내 최대 아동 발달 관련 커뮤니티 회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자폐는 질병이 아니다. 성격이다.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세계는 아직 못 고친다고 하지만, 우리는 자폐를 고치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고정관념을 깨면 아이도 성격이 바뀐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소의 주장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소아 ADHD의 경우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약물치료"라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복용량과 기간을 살피면서 꾸준히 치료하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실제로 단약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한경닷컴은 연구소 측에 입장을 문의했지만 받지 못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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