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부작용은 없을까.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추진하고 나섰다. 바로 전면 적용은 아니고 유급휴가, 휴일·야간 수당 지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이지만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불법 등에 대해 강경 대응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차원에서 노동시장 취약 계층 껴안기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소규모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단순히 인건비 상승으로 그치지 않는다. 300만 명이 넘는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에게는 일단 희소식이 될 수 있지만, 일자리 소멸을 재촉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도움 되기 어렵다. 소규모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해야 할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13만8284명(2021년)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의 17%가량 된다. 이런 양극화는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자 권익 향상을 주장해 온 한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도 취약 계층 보호와 권리 제고를 외치지만 말뿐이다. 민노총 산하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는 원청(대기업 본사) 노조의 반대로 같은 사업장에 파견 나온 하청(중소 협력 기업) 직원들이 같은 회사 내 식당 이용까지 막힌 적도 있다. 노동운동을 벌이는 노조 세력에만 이 문제를 맡겨 둘 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신년 업무 발표 때 포함된 정책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국제 기준으로도 영세 사업장 근로자 처우 개선은 필수다. 일거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자는 게 아니라, 야간·주말 근로 때 그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자는 것과 유급휴가로 휴식권을 주자는 정도다.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수용해야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언제까지 노동 약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을 계기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앞당겨야 한다.
그러잖아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강성 노조의 임금 투쟁이 겹쳐 인건비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임금 상승은 속성상 바로 전 산업계로 퍼진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영세 사업자들은 더 힘들어진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런 악순환을 악화시킨다. 사업주는 폐업하거나 키오스크·로봇 도입으로 인력 채용을 피하는 자구책을 도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주인 영세 사업자와 피고용자인 영세 근로자 사이에 갈등만 키우게 된다. ‘을(乙)’끼리의 전쟁이 일어나며, 약자를 더 어렵게 하는 ‘약자 보호의 역설’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같은 정책이 대개 선의로 포장됐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등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노동 약자만 힘들어진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