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완성하지 못한 <부바르와 페퀴셰>를 밀쳐 두고 고향인 루앙의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친숙한 이야기를 소재로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을 완성했다. 뒤이어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순박한 마음>을 썼고, 옛 메모들을 들춰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살로메와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소재로 <헤로디아>를 집필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는 각각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순박한 마음>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 순으로 읽으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주제가 하나로 모인다.
펠리시테는 오벵 부인의 자녀 폴과 비르지니를 몹시 사랑하며 온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오벵 부인과 두 자녀가 소에 쫓겨 위험에 처했을 때 온몸으로 막아 낼 정도로 충성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하녀 펠리시테와 늘 거리를 두는 오벵 부인은 그녀의 열심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벵 부인의 아들 폴이 외지의 중학교에 가게 되자 펠리시테는 몹시 그리워한다. 성당에서 교리 교육을 받는 비르지니 옆에서 <성경> 이야기를 얻어들으며 시름을 달래지만, 비르지니마저 영어와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위르슬린느 수도원으로 가고 만다.
마음이 허전한 펠리시테는 오벵 부인에게 간청해 불러온 조카 빅토르에게 정성을 다한다. 하지만 빅토르마저도 원양 항해를 위해 떠나고, 방학을 맞아 돌아온 폴과 비르지니는 더 이상 펠리시테에게 기대지 않는다.
그로부터 차례로 펠리시테에게 들려온 소식은 조카의 죽음과 비르지니의 죽음이었다. 슬픔에 빠진 펠리시테와 오벵 부인은 서로 안고 울면서 슬픔을 실컷 나눈다. 감동한 펠리시테는 오벵 부인에게 ‘마치 가축처럼 헌신적으로, 또한 종교적 숭배감을 갖고’ 섬긴다.
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헌신해 온 펠리시테는 허전한 마음을 앵무새에게 쏟아붓지만, 얼마 안 가 오벵 부인과 앵무새마저 차례로 죽는다. 그녀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앵무새 루루를 박제해 숭배하다시피 하는 펠리시테의 마음이 이해되면서 측은하기만 하다.
첫사랑에 배신당한 이후 하녀로 살면서 애정을 기울인 대상들과 차례로 이별하는 펠리시테를 보면 삶의 덧없음과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가슴 저리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기울인 사랑만큼은 진실하고 가치 있다고 할 만하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바쁘게 달리는 요즘,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으로 만족을 얻는’ 펠리시테의 삶을 안타깝고 어리석다고만 할 수 있을까.
<세 가지 이야기>는 플로베르 스스로 “세상을 밝힐 작품”이라 평했을 정도로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아 준 작품이다. 후배 작가들도 ‘완전무결하고 완벽한 명작, 가장 독특한 정신적 여정을 증언하는 작품’이라고 평할 정도로 수작이다.
플로베르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세 가지 이야기>에 그가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듣고 겪어 온 경험을 소재 삼아 아름다운 문체로 자신의 성찰과 종교성을 고스란히 녹여 냈다. 대가가 인생 말년에 어떤 성찰을 했는지 살펴보며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