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높은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수시로 경쟁이 벌어진다. 회사는 그 경쟁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조직 중 하나다. 이런 '합법적 경쟁심'이 부족한 인간은 종종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이성중 교수 연구팀은 전전두엽 별 아교세포가 이런 경쟁심을 유발하는 핵심 세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별 아교세포는 교세포의 일종이다. 교세포는 신경 조직에서 아교를 이루는 세포를 말한다.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연결부위)를 떠받치는 인프라라고 보면 된다. 교세포는 희소돌기 아교세포, 별 아교세포, 미세 아교세포 등으로 나뉜다. 별 아교세포는 신경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긴 돌기를 가진 별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연구팀은 쥐의 전전두엽 별 아교세포의 활동성을 관찰한 결과 쥐들 간 경쟁이 일어날 때 별 아교세포의 칼슘 활동성이 증가하며, 사회적 서열이 높은 쥐의 별 아교세포 활동성이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서열이 낮은 쥐의 별 아교세포 활동성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면 서열이 올라가고, 반대로 높은 쥐의 별 아교세포 활동성을 억제하면 서열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활성화된 별 아교세포가 교세포 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와 ATP를 동시다발적으로 분비하면서 뉴런과 시냅스 활성을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활성화된 별 아교세포가 주변 뉴런의 흥분성 또는 억제성 신호 균형을 조절하면서 경쟁심이 유발된다는 설명이다.
이성중 교수는 "그간 신경세포 관점에서만 이해되던 경쟁심과 같은 고위 뇌 기능이 별 아교세포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처음 증명했다"며 "최근 (칼부림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성 장애 등 고위 뇌 기능 이상을 별 아교세포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뇌신경과학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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