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1일 14: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최대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롯데그룹 신용도 하락에 실적 악화 등 악재 속에서 회사채 ‘완판’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에 대한 자금시장의 투자 수요를 확인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다음 달 발행을 목표로 회사채 조달을 추진 중이다.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이 공모채 시장을 찾은 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총 3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2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당초 7000억원까지 증액을 계획했지만, 주문량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5000억원을 최종 발행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 회사채 흥행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사 정기 평가에서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포함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지난 6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졌다. 공격적인 M&A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보유 실탄이 대폭 소진됐다.
롯데그룹의 신용도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금시장에서 ‘롯데 크레딧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달 롯데그룹 신용도 하락 후 처음으로 자금시장에 나선 롯데쇼핑도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주관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을 넣어 물량을 확보한 뒤 유통시장에서 싼값에 매도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어서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주관 증권사들이 금리 방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직접 매수 주문을 넣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의 실적도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7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자 폭이 1분기의 262억원보다 확대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다. 중국의 공격적인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여파로 풀이된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자금 조달에 나선 건 회사채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다음 달에도 8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에 대비해야 한다.
증권업계도 롯데케미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롯데케미칼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내렸다. 키움증권은 목표주가를 16만4000원에서 13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황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유가 하락에 따른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손실 폭이 커졌다”며 “대규모 투자의 과실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주요 제품의 업황 약세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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