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중국과 맺은 통화 스와프를 통해 최근 ‘급한 불’을 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진 채무를 자력으로 갚을 수 없게 되자 IMF 차관을 상환하기 위해 중국 위안화 스와프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15%에 달하다 보니 아르헨티나 자국 통화인 페소를 보유하려는 수요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외환보유액은 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마이너스(-)인 상태다.
아르헨티나에는 10종류가량의 환율이 있는데, 그 무엇도 시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 환율은 현재 달러당 290페소지만 암시장의 환율은 565페소로 격차가 상당하다.
이 같은 이유로 아르헨티나 국민은 ‘세계적인’ 환투기 세력이 됐다. 모두 페소 대신 달러를 비축하려고 한다. 외국 투자자들은 공식 환율로 아르헨티나에 투자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에는 악재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고금리 단기 채권인 렐리크(Leliq)를 찍어 무분별한 페소화 발행이 초래한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려고 한다. 30일물 렐리크의 연 환산 금리는 현재 약 155%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양호한 수익률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은 여전히 렐리크나 페소에 관심이 없다. 앞으로 물가가 더 치솟을 것으로 보는 데다 나아가 페소 범람으로 초인플레이션(하이퍼 인플레이션)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국은 위기의 원인을 가뭄 등 날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하지만 가뭄이 든 이웃 나라 브라질에선 물가상승률이 3%대에 그친다.
13일은 아르헨티나의 대선 예비선거일이다. 이 같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후보들의 핵심 과제인데도 아무도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페론주의 포퓰리즘에 반하는 길을 택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Groundhog Day for Deadbeat Argentina’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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