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연주가] 연주 천재 vs 마약 중독…가장 논쟁적인 트럼페터

입력 2023-08-11 18:03   수정 2023-08-12 02:33

트럼페터 쳇 베이커(1929~1988)는 ‘비운의 천재’로 유명하다. 음악 분야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개인사는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재즈 역사 100여 년간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음악가로 불린다.

베이커는 재즈계의 ‘제임스 딘’으로 불렸다. 수려한 외모와 연주력을 동시에 갖춰서다. 데뷔와 동시에 재즈 스타가 됐지만 평생 약물 중독에 시달렸다. 재활원을 집처럼 들락거렸다. 해외 공연에선 마약 소지 혐의로 추방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온갖 추문에도 베이커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탁월한 연주 때문이다. 박자를 느긋하게 타며 절제된 연주를 선보였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 <재즈의 초상>에서 베이커를 두고 “그의 음악에선 청춘의 냄새가 난다”고 평하기도 했다.

평단에선 베이커의 가창력에도 호평을 보냈다. 1954년 베이커가 노래를 부른 음반 ‘싱스’는 2001년 그래미어워드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커가 연주한 곡 중 가장 유명한 레퍼토리는 ‘마이 퍼니 밸런타인’이다. 1950년대 초 베이커는 게리 멜러건 콰르텟에서 솔로 연주를 맡은 뒤 생애에 걸쳐 수십 번 다시 불렀다. 베이커가 트럼펫을 분 버전은 2015년 미국 의회도서관에 영구 헌정되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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