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보 없이 기둥이 천장 지탱) 아파트 단지 중 지하 주차장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단지가 15곳에서 20곳으로 늘었다. 지난 9일 무량판 적용 단지 10곳을 전수조사에서 빠뜨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질타를 받은 지 이틀 만에 다시 ‘부실 조사’와 ‘내부 시스템 부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양뉴타운 B10블록은 전체 386개 기둥 중 단 3개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장항 A4블록 역시 1507개 기둥 중 철근 누락은 단 4개 기둥에서 발견됐다. LH는 조사 결과 발표 전 5개 단지의 보강 공사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음에도 전수조사에서 빠진 단지도 추가로 1곳이 드러났다. 지난달 전수조사 결과 발표 당시 전국 91개였던 무량판 구조 적용 단지는 102곳으로 늘었다.
지난 9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A-3블록을 방문해 감리 현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LH는 해당 단지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조사 대상에서 10개 단지가 무더기로 누락됐다는 사실에 원 장관은 LH를 향해 “작업 현황조차 취합되지 않는 LH가 이러고도 존립 근거가 있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사장은 근본 원인으로 LH 조직 내부 칸막이 문화를 언급했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탄생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여전히 ‘토공’과 ‘주공’ 조직이 자리를 나눠 가지는 등 내부 소통이 단절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 구조견적단 직원이 도면조차 볼 줄 모르는 토목 담당인 것을 확인해 당장 교체했다”며 “LH 내부에서 ‘L’과 ‘H’ 두 조직이 자리를 서로 맡아놓고 운영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리한 정규직화로 2400명을 채용해 조직과 기능이 비대해진 점 역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LH는 경찰에 추가 확인된 5개 단지의 시공·설계·감리 업체뿐만 아니라 담당 LH 직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추가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한 담합·전관 카르텔 조사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조직 개편과 인사 조처를 단행할 계획이다.
LH 사장과 상임감사를 제외한 상임이사 5명은 이날 모두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사장은 전수조사를 맡았던 박흥철 부사장을 비롯해 하승호 국민주거복지본부장, 신경철 국토도시개발본부장, 오영오 공정경영혁신본부장을 의원면직(사표 수리)했다. 보고 누락 과정에 책임이 있는 임원들을 즉각 교체한 것이다. 이 사장 역시 거취를 국토부에 맡긴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언제든지 임명권자의 뜻에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밤 언론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원 장관과 이 사장에게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이 사장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