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한국 최초 독자 개발 차량인 포니를 앞세워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일부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현대차는 수년째 포니를 되살리는 작업에 한창이다. 2021년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만들어 출시한 아이오닉 5에 포니의 디자인 요소를 입힌 것이 그 시작이다. 올해 5월엔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다시 한번 손잡고 49년 만에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했다.
지난 6월부터는 대대적인 포니 전시회도 열었다. 포니와 포니 픽업, 포니 왜건, 복원된 포니 쿠페까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 한데 모아 전시했다. 포니가 탄생한 1970~1980년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수집품을 같이 배치하고 밴드 잔나비와 함께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음원 ‘포니’를 내놨다. 전시회는 1주일 만에 5000명 넘는 방문객이 몰릴 만큼 흥행했다.
위험 부담도 있었다. 미래차 경쟁력만 강조해도 모자란데 과거를 자꾸 돌아보는 게 바람직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한 ‘레트로 마케팅’에 편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지성원 브랜드마케팅본부장(전무)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5년”이라며 “단순 마케팅이 목적이었다면 그때 다 공개하고 끝냈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현대차와 기아의 과거 대표 차종을 대상으로 헤리티지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헤리티지 프로젝트의 대상은 현대차 소비자뿐 아니라 임직원도 포함됩니다. 이 브랜드가 어떤 철학으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우리만의 고유한 원형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미래로 계승되는지 소통하고 내재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포니는 현대차의 시작일 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이자 대중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첫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했죠.”
지 본부장은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때야말로 헤리티지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거시 브랜드와 신생 전기차 브랜드 모두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시기”라며 “‘수출보국’ 신념으로 무모하게 포니를 만든 도전 정신과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가 전동화 시대의 리더가 되기까지 여정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주의 인본주의에서 비롯된 현대차 스토리는 포드·벤츠 같은 100년 전통의 브랜드와도 구별되는 자산”이라며 “현대차만의 휴머니티 철학을 미래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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