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볼썽사나운 잼버리 네탓 공방…정쟁 접고 모두 반성할 때다

입력 2023-08-14 17:55   수정 2023-08-15 00:11

지난 1~12일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부실·파행 운영을 둘러싼 여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의 네 탓 공방이 볼썽사납다. 새만금 잼버리는 박근혜 정부 때 유치 신청을 하면서 개최 후보지가 결정됐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제41차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개최지가 결정됐다. 이후 근 5년이 지나도록 야영장 기반시설 조성공사조차 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도, 새 정부 출범 후 1년3개월이 지나도록 대회 개최 준비를 제대로 못한 현 정부도 부실·파행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잼버리 부지를 새만금의 기존 매립지 대신 새로운 갯벌을 매립해 사용하기로 한 전라북도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제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자기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비켜나갔다. 대회 유치 3년이 지나서야 조직위가 출범했고, 대회 1년을 앞둔 지난해 8월 기반시설 공정률이 37%에 불과했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책임을 현 정부·여당에만 떠넘기고 있다. 안방 잔치를 엉망으로 만든 전북지사는 대회 집행위원장인데도 “지금껏 전북은 개최지로서 짊어져야 할 짐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야당과 전 정부를 향해 책임을 돌리기보다 먼저 “내 탓이오!”라고 하는 것이 도리다. 집권 1년3개월이면 전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폭염·침수 등 안전대책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지 않았나. 상호 비난보다 자성이 먼저라야 한다. 그래야 감사원 감사든 검찰 수사든 국회 국정조사든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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