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축재정안'에 세금 더 거두자는 野

입력 2023-08-14 18:19   수정 2023-08-15 00:48


내년도 세법 개정 및 예산 편성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확장 재정 편성을 위한 사실상의 증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난 11일 세수 감소를 이유로 내년에도 긴축 재정을 이어가겠다고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에 보고한 데 따른 대응이다. 오는 10월부터 본격화될 관련 여야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14일 박광온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었다.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조세재정특위는 다음달까지 민주당 자체 세법개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국세청장 등을 지낸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이날 회의에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민석 정책위원회 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 유동수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강훈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조세재정특위가 내놓을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은 10월께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국회 기재위 조세법안심사소위와 예결위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게 된다. 기재부는 지난달 향후 5년간 세수가 약 4719억원 줄어드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서는 올해 대비 증가율을 약 3%로 제한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에 대해 이용섭 위원장은 ‘축소지향적 균형 예산’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재정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어떠한 세입 기반 확충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며 “‘적정 부담, 적정 복지’에 기반하는 건전 재정을 통해 재정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세입 기반을 넓혀 재정 지출을 늘리는 내용의 결과물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의 조세 부담률과 국민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증세 필요성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통화에서 “공평하게 골고루 세금 부담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적극 재정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독자적인 세법개정안도 내놓기 시작했다. 유 의원은 이날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 세대주의 연소득 기준을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1명당 1000만원씩 소득 기준이 추가로 완화된다. 자녀가 2명 있으면 연소득 1억20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혼부부가 양가 부모에게 각각 1억5000만원까지 비과세로 결혼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부 세법개정안을 조건부로 수용하는 대신 유 의원 법안을 비중있게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같은 민주당의 협상 전략에 대해 정부에서는 “법인세 인하 등 거대 야당의 양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정부가 수용할 여지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둔 여당도 확장 재정 목소리가 높아 국회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재영/설지연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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