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 시찰을 통해 미사일·포탄의 대량 생산을 독려했다. 지난 3~5일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한 지 엿새 만으로, 이번에는 직접 장갑차까지 운전하며 국방력 강화의 전면에 나섰다.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와 21일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잇달아 열리는 가운데 상당한 수준의 군사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과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 전투장갑차 생산공장, 대구경 조종방사포탄 생산공장 등을 현지지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의 고체연료 추진기가 늘어선 대량 생산 장면이 있었다.
통신은 김정은이 “강화된 전선 부대와 미사일 부대의 수요에 맞게 미사일 생산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라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장갑차 생산공장에서 새로 개발한 ‘다용도전투장갑차’를 직접 몰기도 했다. 이 장갑차는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처음 우리 군에 식별됐다.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비슷해 ‘북한판 스트라이커’로 불린다.
또 방사포탄 생산공장에서 “임의의 시각에 그 어떤 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과 확고한 준비태세를 철저히 갖춰 적들이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은 21일 시작될 UFS 훈련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켜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UFS 훈련이 역대급 규모인데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있어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도발을 통해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무기를 테스트할 기회로 삼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껏 과시용으로만 알려졌던 전술미사일을 대량 생산하려는 시도에 주목했다.
태 의원은 “김정은이 며칠 전 언급한 ‘공세적 전쟁 준비’가 개전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한·미 군 지휘시스템을 완전히 전멸하는 데 사용하려는 의미임이 명백해졌다”며 “김정은이 (실전에서)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가정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미 양국 군은 “한·미는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해 21~31일 UFS 연습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미는 UFS 기간에 연합야외기동훈련을 30여 건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UFS의 13건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 한·미 UFS에는 지난해 창설된 미 우주군도 처음 참가한다. 우주 지휘통제, 역내 미사일 경보 등의 능력을 갖춘 부대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이번 훈련에서 시험할 전망이다.
김동현/맹진규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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