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23조 '반토막'…'기업 사냥꾼'도 공매도에 당했다 [신정은의 글로벌富]

입력 2023-08-14 08:23   수정 2023-08-14 12:3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정은의 글로벌富'는 부(富)를 이루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전 세계 자산가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기업 사냥꾼'이자 월가의 대표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이 공매도 세력의 공격으로 재산이 반토막 났다. 아이칸은 60여년간의 투자 경력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칸의 재산은 포브스 집계 기준 약 85억달러(약 11조3200억원)로 절반가량 줄었다. 아이칸의 재산은 포브스가 연초 집계한 억만장자 지수에서 175억달러(약 23조3000억원)로 94위에 올랐지만, 현재는 256위로 밀렸다.

아이칸의 재산이 급감한 건 그가 운영하는 아이컨 엔터프라이즈 LP(IEP)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이 회사 지분 약 85%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IEP는 마지막 거래일인 11일 기준 주당 24.85달러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1% 넘게 하락했다.

IEP 주가는 지난 5월 미국 공매도 업체인 힌덴버그가 저격하는 보고서를 낸 이후 폭락했다. 당시 힌덴버그는 IEP가 자산을 부풀려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다단계 금융’(Ponzi-like) 같은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힌덴버그의 보고서가 발표된 석 달만인 이달 4일 IEP는 분기 배당액을 기존 주당 2달러에서 1달러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IEP가 배당금을 확 줄이자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고 주가는 더 내려갔다.



에너지, 자동차, 부동산 등 수많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IEP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IEP는 2분기 2억69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손실이 두배 넘게 늘었다.

WSJ은 "87세의 억만장자인 칼 아이칸이 공매도 공격으로 가치가 거의 반토막 회사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유명한 투자자가 60년의 경력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칸은 1936년 미국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61년 월가에 뛰어들었다. 그는 1980년 이후 미국 정유회사 텍사코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 18개월 만에 5억달러의 이익을 남긴 것을 비롯해 정크 본드로 분류되던 RJR나비스코의 회사채를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1999년 닷컴 버블 전 인터넷주를 공매도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아이칸은 저평가됐거나 현금이 많은 기업에 투자한 뒤 경영권에 간섭해 차익을 얻는 투자자로 유명해졌다. 특히 2006년 KT&G 경영권을 위협해 1년여 만에 원금 대비 40% 이상인 15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고, 2013년엔 애플 주식을 집중 매수한 뒤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등 약 20억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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