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초임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 선택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두 교사 모두 생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학부모는 "죽은 게 맞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라는 취지로 고(故) 이영승 교사의 장례식장에 찾아오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경기도교육청과 M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당시 5년 차 교사였던 이 교사는 장례식장에서까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직전 고인의 휴대폰에는 장기 결석 중인 학생 학부모 A씨의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와있었으며, 숨진 직후 발송된 문자 메시지도 있었다.
A씨는 이 교사의 회신이 없자, 숨진 다음 날 학교로 찾아왔다고 한다. 한 동료 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학부모가 이 교사를) 막 찾았고, 굉장히 난폭하셨다"라며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말씀드려도 안 믿으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A씨 끝내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겠다며 장례식장까지 찾아가 유족과 실랑이를 벌였다. 별다른 조문도 없었다. 당시 녹취록에는 유족이 A씨에게 "여기(장례식장 앞에) 서 있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는데 들어와라"고 하자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거나, 유족이 "장례식장이 놀이터냐"라고 하자 "절 아세요?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라고 반문하는 대화가 담겼다.
이 교사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에도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또 다른 학부모의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건과 관련, 3년이 넘도록 학부모의 치료비 보상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이 학생의 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금 200만원을 지급받았음에도 이 교사에게 계속 연락을 취했고, 학교 측은 휴직 후 군 복무를 하던 이 교사에게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이 교사가 한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400여건에 달했다.
결국 이 교사는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는 25세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기교사노조 등 5개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연대 성명서를 내고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악성 민원 방지와 악성 민원인 업무방해 고발 등 구체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라고도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8일 임태희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육자로서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소중한 교육 가족의 명복을 빌며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와 연관 있다면 응당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