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6일 08: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비주력 사업을 구조조정할 것이란 시장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3대 신성장동력과 동떨어진 일부 사업부의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선 LG화학의 매각 의지와 관계 없이 사모펀드(PEF) 등이 각종 인수 제안을 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해외 동종기업 중 '일정기간 고용 유지'에 동의한 원매자가 나타나면 거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비주력 사업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는 비주력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진단사업에 이어 일부 사업부가 추가로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5월 배터리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혁신 신약 등을 3대 신성장동력을 발표했다. 3대 신성장동력 매출 비중을 작년 21%에서 2030년 57%까지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소재에 6조, 친환경 소재에 3조, 혁신 신약에 1조원씩이다.
시장에선 신성장동력과 동떨어진 사업부의 매각을 점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에너지솔루션, 팜한농 등 5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주력인 석유화학 부문 의존도를 낮추려는 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진에 빠져있다. 2분기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했다. 세 분기 연속 적자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분야 별로 다르다. 재생플라스틱과 Bio-SAP(고흡수성수지), PVC(폴리염화비닐), ABS(고부가합성수지) 등은 친환경이나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수익성이 나지 않아 가동이 어려운 공장이다. 제품 수익성이 악화한 폴리에틸렌(PE)가 대표적이다. 여수의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 매각설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공장은 석유에서 뽑아낸 납사로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한다. NCC 2공장은 앞서 정기 보수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보수가 끝난 뒤로도 가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업황 부진에 따라 매각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관측되고 있다.
9조원 투자가 예정된 배터리·친환경 소재의 첨단소재 부문도 투자금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이 진행 중이다. 전북 익산의 양극재 공장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생산설비가 노후화한 데다 공장 규모도 작아 설비 교체와 증설에 이점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있었다. 익산 공장의 생산설비는 연산 4000t으로 청주공장(연산 7만t)과 구미공장(연산 6만t)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공장인력이 이미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개발에 1조원 투자가 예정된 생명과학부문 역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생명과학 부문은 올초 미국 항암 신약개발 기업 아베오테라퓨틱스 인수(약 7000억원) 이후 세포치료제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있다. 항암과 당뇨·대사 영역에 특히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약과 무관한 종속 사업부들의 매각이 유력하다. 당뇨치료제와 성장호르몬제를 제외하고 미용필러와 백신사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신약 개발과 상관없는 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LG화학의 미용필러 사업부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곳들이 잇따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건에 맞는 원매자만 나오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선 회사가 해외 동종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유지 조건 등이 민감한 이슈로 거론된다. 고용유지에 동의한 원매자들의 인수 의지가 매각 여부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단사업부도 PEF에 매각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2018년 말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가 내부 반발로 무산됐었다. 핵심 연구진들이 이직에 나서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는 매각 이후 일정 기간 고용유지 확정이 조건으로 제시되면서 '재수' 끝에 진행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하려면 인수 의지와 자금력이 확실한 원매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PEF 같은 FI보다는 기업, 특히 해외 대기업에의 매각을 선호할 것"이라며 "적합하게 팔 곳을 찾기 전까지는 매각을 공식화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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