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골프 용품 브랜드 스릭슨이 선수 후원과 관련해 거는 기대가 큰 편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세계 투어를 선점한 공룡 브랜드들을 상대로 후발 주자인 스릭슨이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랜 시간 후원한 마쓰야마 히데키(31·일본)가 2021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할 때 스포트라이트를 잠깐 받은 정도. 더군다나 2년 전 큰 마음 먹고 계약한 브룩스 켑카(33·미국)가 지난해 갑자기 LIV 골프 시리즈로 건너간다고 폭탄 선언을 하면서 기대치는 더 낮아졌다.
그랬던 스릭슨이 올해는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세계 주요 골프 투어에서 후원 선수들이 연일 승전고를 울려주면서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지난주 윈덤 챔피언십에 이어 14일 열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을 제패한 루카스 글로버(44·미국)가 있다. 글로버는 스릭슨이 후원하는 약 20명의 PGA투어 선수 중 한 명이다.
글로버는 지난해까지 다른 브랜드 클럽을 사용하다가, 올해 초 뒤늦게 '팀 스릭슨'에 합류했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새로운 클럽 적응 시간들을 고려했을 때 글로버의 현재 활약은 스릭슨이 기대한 것을 훌쩍 뛰어 넘는 '흥행 대박' 수준이다. 2주 연속 우승을 바탕으로 글로버가 페덱스컵 순위에서 4위로 도약했기 때문에 글로버가 휘두르는 스릭슨 클럽은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전파를 탈 예정이다.
글로버는 올해 스릭슨과 계약할 때 브랜드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우드와 퍼터를 제외한 모든 클럽을 스릭슨과 스릭슨의 웨지 브랜드 클리블랜드로 교체했다고 한다. 드라이버는 스릭슨 'Z785', 아이언은 스릭슨 'ZX5 MK II'를 장착했다. 웨지는 클리블랜드 RTX6, 공은 스릭슨 'Z스타 XV'를 사용했다.
글로버 전에는 켑카가 스타트를 끊었다. 켑카는 지난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공동 2위를 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더니, 5월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LIV 골프 소속 선수지만 메이저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들이 LIV 선수들의 출전을 허락한 덕분에 스릭슨으로선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켑카의 메이저 우승 장면이 연출됐다. 켑카는 퍼터를 제외한 모든 클럽이 스릭슨(클리블랜드)이다.
스릭슨 브랜드를 보유한 던롭스포츠코리아는 "앞으로도 프로 선수 후원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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