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해로 여름휴가를 떠난 직장인 박모 씨는 맛집으로 알려진 전복 요리 음식점에서 전복 뚝배기를 먹었다가 예상보다 많은 전복 양에 놀랐다. 장을 볼 때 예년에 비해 전복 값이 싸다고 느꼈는데 외식 메뉴에도 고가 수산물인 전복이 풍성하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여행하다가 태풍 ‘카눈’에 발이 묶인 이모 씨도 전날 인근 마트에서 전복을 사다 숙소에서 해물라면을 끓여 먹어 한 끼를 해결했다. 그는 “태풍 때문에 식당 가기도 어려울 것 같아 미더덕이나 조개를 사러 갔는데 생각보다 값이 싸 대신 전복을 구입했다”고 귀띔했다.
15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전복죽·삼계탕 등 여름철 보양식에 많이 들어가는 전복 가격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복 산지 가격은 큰 전복(㎏당 8마리)이 2만3217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5% 떨어졌다. 중간 전복(㎏당 12마리) 1만9739원, 작은 전복(㎏당 20마리)은 1만5391원으로 각각 22.8%, 19.5% 하락했다. 직전 달(6월)과 비교해서도 값이 6~8%대 내렸다.
전복 가격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수산물 소비 위축 여파로 풀이된다. “전복 출하량이 1% 정도 근소하게 늘긴 했지만 최근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산물 중에서도 비교적 고가인 전복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도 악재다. 서울 거주 주부 김모 씨는 “전복 값이 싸서 많이 사 먹으려 하는데 오염수 영향이 있는 건가 싶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전복 주요 산지인 전남 지역 어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전복 수요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가 본격화하면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