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60% 넘게 지은 시점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후분양 단지가 전국에서 잇따라 공급되고 있다. 후분양 단지는 선분양에 비해 공사비 인상에 따른 입주 우려가 거의 없다.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에 따른 부실시공 리스크도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만 해도 후분양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경기 용인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총 999가구)와 남양주 ‘해링턴 플레이스 다산파크’(350가구)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지방의 1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였다.
다음달 이후에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후분양 대단지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서울에선 대우건설이 다음달 동작구에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를 선보인다.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에어컨 등 다양한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입주는 내년 2월로 빠른 편이다. 서초구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해 조성되는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도 오는 10월 후분양(2024년 1월 입주 예정)으로 공급된다. 경기도에서는 내년 준공 예정인 광명 ‘베르몬트로 광명’(3344가구), 화성 ‘동탄 레이크파크 자연& e편한세상’(1227가구) 등이 다음달 이후 일반에 공급된다.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몸살을 앓은 대구에서도 연내 5개 단지가 후분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과 충남 천안 등에선 공정률이 60~100%인 아파트가 연내 공급에 나설 전망이다.
수요자로서 후분양은 장단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선분양에 비해 가격 메리트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선분양은 2~3년에 걸쳐 분양대금을 납입하면 되지만, 후분양은 수개월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꼽힌다. 분양부터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프리미엄(웃돈)을 노린 분양권 투자도 쉽지 않은 편이다.
입주 리스크가 적은 건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선분양 단지는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입주 지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사비 갈등 등으로 입주 일정이 밀리는 일 없이 원하는 시기에 입주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검단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최근 부실시공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전성 측면에선 후분양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준공까지 1년 미만으로 남아 건설회사가 무리하게 공사를 재촉할 가능성이 작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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