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500 기업이 5곳 중 4곳꼴로 월스트리트 추정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공개했지만 막상 호실적이 증시에는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14일(현지시간)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중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성적을 낸 기업 비율은 79%다. 지난 5년 동안 평균치인 77%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미 증시는 이런 호실적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시장 추정치보다 좋은 실적을 공개한 기업 주가는 평균 1.6% 상승(실적 발표 다음 날 기준)했지만, 이번에는 상승률이 0.5%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기업은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애플은 지난 3일 월가 추정치(816억9000만달러)를 웃도는 818억달러의 매출을 2분기에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다음날 주가는 4.8%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추정치(554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561억9000만달러의 2분기 매출을 공개했으나 다음날 주가는 3.76%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실적이 공개되기 전 추정치가 이미 충분히 하향 조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평균 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실제 감소율은 6%로 집계됐다. 세스 코한 웰스얼라이언스 부사장은 “기업의 2분기 실적이 깜짝 실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인 추정치가 이미 충분히 낮아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2.16% 하락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해 연착륙(소프트랜딩)할 것이란 기대도 커졌지만,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안전자산인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호황을 구가한 상반기와 달리 미 증시가 하반기에는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의료·필수소비재 기업 주식이 하반기에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기업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사치품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오키프 로건캐피털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 들어 지금까지 주가 상승률이 저조했던 헬스케어주가 다른 업종보다 매력적인 상태”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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