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모친상 땐 조의문 보냈는데…北, 尹부친상엔 '침묵'

입력 2023-08-16 09:30   수정 2023-08-16 09:31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별세한 가운데, 북한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상 때와는 달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오전 8시 기준 북한 매체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 부친상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은 첫 번째 사례인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때는 직접 조의문을 보낸 바 있다. 북한은 2019년 10월 29일 당시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한 이튿날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형식으로 된 조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하노이 노딜' 후 남북관계가 썩 좋지 않았으나,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한 개인적 인연이 조의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그간 주로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는 조의를 표해왔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안면이 없고, 남북관계도 냉랭해 북한이 조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이틀 뒤인 2009년 5월 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을 발표했고,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두 번째 정상회담으로 김정일과 인연을 맺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냉랭해진 후에도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당시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2000년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찾았고 이후에도 북한을 돕는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반면 북한은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는 따로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한편 조의를 표한 경우 직후에도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단행하면서 애도는 남북관계와 무관하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9년 10월 31일 청와대가 북한이 전날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왔다고 발표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조의문을 보냈다고 발표한 지 4시간여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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