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료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파라마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달아 구독료를 인상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TT 구독료(광고 제외) 평균값은 1년 새 25%가량 상승했다. 2020년부터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애플TV, 넷플릭스 등 주요 OTT 업체들이 줄줄이 구독료를 인상해서다. 광고 제거한 OTT 구독료 평균값은 현재 매달 15달러 수준에 육박한다.
오는 10월부터 OTT 구독료가 줄줄이 인상된다. 디즈니는 구독료를 종전 7.99달러에서 10월부터 13.99달러로 인상했다. 이전보다 20% 올렸다. 넷플릭스도 오는 10월부터 구독료를 기존 9.99달러에서 15.49달러로 올린다. 파라마운트+의 구독료도 11.99달러로 올라간다. 훌루의 구독료는 17.99달러에 이른다. HBO 맥스도 15.99달러로 책정했다. 반면 애플TV는 6.99달러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OTT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 배경엔 시장 확대가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이용자 수가 급증하자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줄어들어서다. 소비 패턴이 OTT로 굳어지면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주요 OTT 합산 월 구독료는 오는 10월 87달러가 되는데, 현재 미국의 평균 케이블TV 패키지 이용료는 83달러 수준이다.
OTT 서비스는 TV를 추월할 정도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인의 콘텐츠 시청 시간의 38.7%를 OTT가 차지했다. TV 시청률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조사가 시작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OTT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한 탓도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후발주자인 디즈니 플러스 등은 매년 수백억 달러의 적자를 감수하며 콘텐츠 확보에 주력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손실이 누적되는 가운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했다는 분석이다.
OTT 업계가 단체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저가형 요금제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시청하더라도 구독을 해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OTT 업체들은 저가형 요금제도 마련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광고를 포함한 OTT 구독료를 6달러에 내놨고, 훌루는 구독료를 10달러로 책정했다.
광고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심산이다. OTT 업계의 신규 가입자 수 증가세가 정체되자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실제 디즈니는 지난해 말 광고를 포함한 요금제를 출시한 뒤 신규 가입자의 40%가 저가형 요금제에 가입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광고를 포함한 요금제로 소비자들을 옮기기 위해서 가격 차등제를 실시할 것"이라며 "광고를 포함한 요금제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TT 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생활비가 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에선 한 가구당 평균 4.1개의 OTT를 구독하고, 매달 29.24달러를 지불한다. 2018년보다 OTT 지출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 플랫폼에서 특정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배포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리치 그린필드 라이트셰드 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콘텐츠에 따라 여러 OTT를 넘나드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며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취소하는 소비 패턴을 방지하기 위해 번들 판매도 확장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