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 온도가 최고 33~35도까지 오르는 무더위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최근 전국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어 코로나와 온열질환 증상을 구별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온열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노약자나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폭염 상황에서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비교적 가벼운 일사병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최고 33도까지 오른 지난달 26~29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55명에 이르렀다. 구름이 거의 없이 날씨가 맑았던 29일과 30일엔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수가 12명으로 파악됐다. 더위가 심해질수록 스스로 대처가 어려운 노인과 아이, 만성질환자는 실외활동 시 고온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론 일사병(열탈진)과 열사병이 있다. 일사병은 장기간 고온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린 뒤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다. 어지럼증, 피로, 오심(구역질),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심장박동수가 빨라짐), 구토, 혼미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러나 40도 이상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생기면 급속 냉각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열사병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사병과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주로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환자 등이 더위를 피하지 않고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생긴다. 일사병에 비해 오심과 구토가 더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 심부 체온은 40도를 넘기는 경우가 잦다. 즉시 환자를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찬물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 질식 위험이 있다.
에어컨 등으로 시원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무더운 야외로 나갈 경우 노인과 어린이는 외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해 가벼운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된다.
여름철에는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아지나 고혈압 약을 먹는 고혈압 환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더 낮아져 심한 경우 실신에 이은 낙상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여름철 혈압이 낮아지는 이유는 혈관이 넓어져 압력이 줄어들고 땀을 흘려 체내 수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운 여름철엔 혈압이 정상인 사람도 갑자기 일어서거나 할 때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기립성 저혈압’이다. 정상인이라면 잠깐 어지러울 뿐인 기립성 저혈압이 고혈압 환자에겐 위험할 수 있다. 30도 이상 고온과 습한 날씨에서는 장시간 외부활동은 삼가야 한다. 이는 서늘한 날씨라도 고온의 사우나나 온탕에 들어갈 때도 똑같이 주의해야 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오나 오후를 피해 오전에 야외활동을 하려 하는 것도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엔 독이 될 수 있다. 교감신경은 우리가 자는 동안 작용이 줄었다가, 잠에서 깨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아침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가급적 아침보다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야외활동을 할 것을 추천한다.
야외 활동 후 급하게 찬물로 샤워를 하는 행위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더운 날씨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게 되는 데, 이 때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 또 동맥경화반(동맥 내 이상이 생긴 부위)이 갑자기 파열돼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심정지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열을 식히기 위해 급하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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