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6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자 실패란 참으로 쓰라리다. 과거를 돌이키며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또는 ‘그때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자조(自照)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투자 실패를 복기하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투자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어떻게 달리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정교하고도 유의미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이 투자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화두를 조금이나마 푸는 방법이다.
리스크 관리는 리스크를 인식하고, 측정하고, 통제하는 3단계의 절차로 구분된다.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경우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3단계 절차 가운데 하나 이상을 빠뜨렸거나, 현실을 달리 판단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장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도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이를 최선을 다해 예측하고 그에 따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부동산펀드의 시장 리스크 분석을 위해 ‘P’(Price, 가격)와 ‘Q’(Quantity, 수량), ‘C’(Cost, 비용)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편이다. 공간 활용에 있어 가격(P)과 수량(Q), 비용(C)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작동할까. P와 Q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C를 최소화할 요인은 무엇일까. C의 투입이 P와 Q를 비용 효율적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향상시킬까. 이러한 명제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의 의미 있는 틀로 작동한다.
게다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투자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 삶을 바꾸는 동시에 새로운 취향과 수요를 촉진한다. 이는 공간을 활용하는 양상에도 변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가격, 수량, 비용 등을 결정짓는 변수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리스크를 분석해야 할 요소 또한 다양해진다.
미시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의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 다양한 헤지(hedge) 수단을 마련해도 정작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담보가 있는 대출에 투자하더라도 시장이 추락하는 경우 담보 가치가 급락하는 등, 투자 대상과 헤지 수단 사이의 상관계수가 -1이 아닌 1에 근접하게 되는 경우다. 시장의 거대한 흐름에 헤지 수단마저 함께 무너질 수 있는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장밋빛일 때 극단적인 리스크 요인이 닥칠 것을 우려한다면 쓸데없는 기우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우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2008년 미국의 은행들이 무너지고, 2020년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지도 이동하지도 못하는 사태를 예상하고 대비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만약에 이 같은 리스크를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 규모와 시기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면 리스크를 올바로 통제할 수 없다.
미시적인 헤지 수단에만 의존해선 대비가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최대 손실 가능액을 전제로 한 유동성 확보, 그에 따른 건전성 관리가 손실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울러 시장 리스크, 신용 리스크, 운영 리스크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리스크 요인 가운데 모든 자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해 운영 리스크를 빈틈없이 관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최근 실물 시장에 유례없는 수준의 시장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마련한 각종 수단과 사후 리스크 극복을 위해 통상 활용하는 대안들이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코로나로 불어난 유동성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삽시간에 인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시장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철히 리스크를 다시 인식하고, 측정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 정책당국 등 모든 시장 당사자가 상호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리스크의 사후적 통제 방안을 마련해 윈윈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 또한 의미 있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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