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마약류를 투약한 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또래 여성을 친 사건과 관련, 피해자 측이 해당 남성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 여성을 대리하는 권나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사고 당일 신 씨(가해남성)에게 마약류 2종을 투약한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방조, 마약류관리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신 씨가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하면서 차량을 운전할 것이란 사정도 인식했을 것"이라며 "증상이 해소된 상태에서 귀가시키거나 운전을 말릴 의무가 있는데도 그대로 운전하게 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16차례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 7종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피해자 측은 경찰에 해당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들도 마약류관리법·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신 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또래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피해자는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으나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신 씨는 사고 당일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디아제팜을 투약받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케타민 등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이 검출됐다.
한편 당초 신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구금 17시간 만에 그를 석방했다. 신 씨의 변호사가 신원보증을 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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