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발발은 그 비극성과 황폐함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발판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세력균형,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에 눈 뜬 미국의 전략적 선회와 어떤 일이 있어도 자유를 사수하겠다는 이승만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김정일조차 이 동맹의 덕을 봤다. 이미 체제경쟁의 승패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남북 병존이라는 현상 유지와 중국의 지배야욕 차단이라는 정권적 이익을 지속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는 자유진영과 공산권 격돌의 완충적 성격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 개방과 소련 해체 이후 불어닥친 30년의 세계화 물결도 남북한 대결 구도를 약화시켰다. 하지만 북한이 정권 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나서면서 안보 지형은 근본적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불공정 무역과 전랑외교를 일삼아온 중국은 미국의 최대 적국으로 떠올랐다. 마침내 러시아의 반문명적 지도자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세계화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한반도 상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하류의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모두 거센 탁류로 휩쓸려 들어갔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노리자 미국은 일본에 반도체 공급망을 몰아넣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는 동북아시아의 점증하는 안보 위협에 맞서는 작전회의 성격을 갖는다. 동시에 반도체, 2차전지 같은 공급망 보호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경제동맹으로의 진화를 꾀한다. 가장 취약한 고리는 한국이다. 내부 정치적 분열이 경제·외교정책의 안정성과 진취성을 끊임없이 흔든다. 북한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자유국가의 취약성을 노련하게 공략해왔다. 대남공작 성공의 상징체인 종북 세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 주한미군 철수, 친일 청산 등과 같은 북측 주장을 판박이처럼 되풀이해왔다. 제주 전주 창원 충주 등에선 노동단체 시민단체의 탈을 쓴 지하 간첩단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체제와 이념, 지도자의 속성이 다른 북·중·러의 결속이 대만해협에 이어 서해와 휴전선을 때릴 수 있는 데도 그렇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당연히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의 이념적 지향은 평화를 가장한 친북, 평등을 앞세운 사회주의에 가깝다. 반미 반일 반자유 세력과 연대하다 보니 북핵이나 전체주의 독재보다 국민이 선출한 윤석열 정부를 훨씬 더 증오한다. 민주 인권 진보 민생을 주창하면서 입법독재 북한인권 종북발호 포퓰리즘에 대해선 침묵한다. 의원들 보좌관의 간첩질에는 사과 한마디 없다. 모든 걸 반대하고 부인하다 보니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동북아를 휘몰아치는 격랑을 헤쳐나갈 방향성에 대한 토론도 없다. 중국에는 항의 한마디 못 하면서 일본에 마음 놓고 큰소리를 친다. 그것이 가소로운 허세라는 사실을 본인들만 모르는 듯하다. 실로 편협하고 기만적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이념적 행로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언급에 발끈할 것이 아니라 그 세력들과 결별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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