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12월 13.4%에서 올해 6월 20.6%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전환과 고금리 등이 겹치며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다. 그러자 미국 주요 도시에선 비어 있는 오피스를 주거시설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잇달아 추진되고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10년간 사무실을 주택으로 전환해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올초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등 대도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방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상업용 건물의 주거시설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용도변경 때 개발업체에 부과되는 기반시설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고 있다. 뉴욕시는 개발업체가 아파트 일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뜨면서 오프라인 쇼핑몰이 주거시설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라구나힐스몰은 철거를 마치고 아파트와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공간으로 재개발되고 있다.
‘뒤뜰 별채’ 개념인 ADU(accessory dwelling unit·추가주택) 활성화 정책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원래 미국에선 노부모 부양 목적으로 뒷마당이나 차고에 ADU를 짓곤 했다. 하지만 최소 부지 기준과 주차 공간 확보 등 까다로운 규제로 건설이 어려웠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까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주민이 자신의 주택 부지에 집을 한 채 더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줬다.
저소득층 대상 주택 건축회사인 라이프아크의 폴 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스앤젤레스(LA)는 가구 면적이 70㎡(750스퀘어피트) 미만이면 지역 내 학교나 공원 건설 등에 사용되는 공공기여 요금이 면제되는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뒷마당 등에 집을 지은 뒤 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ADU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다.
LA의 ADU 허가는 2017년 4027건에서 2020년 6217건으로 54% 급증했다. LA는 대출 한도를 늘려 ADU 건축을 확대하는 정책도 검토 중이다. 캘리포니아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ADU 활성화 정책은 뉴욕과 뉴저지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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