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조절장애(한국질병분류코드 F63.8)’ 1차 진단을 받은 진료 건수는 1만869건으로 2018년(9455건)보다 15%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실을 찾은 환자도 1917명에서 2101명으로 약 10% 증가했다. 사회적 낙인 등을 이유로 정신과를 기피하는 사회적 풍토를 고려하면 잠재적 환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분노조절장애의 공식 의학용어는 ‘기타 습관 및 충동 장애’다. ‘지속·반복적으로 표출되는 비적응성 행동’을 통칭하는 질환으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고도 부른다. 분노조절장애는 성격과 환경에 모두 영향을 받는데, 갈수록 현대인들이 분노 표출 상황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덕인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상 속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홀로 감당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가족, 관계 등이 해체된 데 따른 영향으로 전 사회적으로 분노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신질환은 자신과 남을 해치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 지난 5월 또래 여대생을 살해한 정유정의 범죄를 비롯해 경찰은 올 상반기 최소 18건이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각각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칼부림을 한 조선(33), 최원종(22)의 혐의는 포함하지 않은 통계다.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분노는 더 빠르게 확산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 354건을 확인했고 작성자 149명을 검거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정신과 신체는 한 세트기 때문에 자기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하지 않다 보면 사소한 자극에도 극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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