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270억 뭉칫돈"…서학개미도 초전도체 테마주에 '올인'

입력 2023-08-17 08:43   수정 2023-08-17 08:44


국내 증시에 초전도체 광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도 초전도체 테마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 상장사 아메리칸슈퍼컨덕터(AMSC)를 2007만달러(약 26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미국 주식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에 올랐다.

국내서 초전도체가 열풍을 일으키자 서학 개미들의 관심도 이 종목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메리칸슈퍼컨덕터는 하루 만에 60% 이상 폭등해 17.32달러로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다만 이튿날엔 28.95% 떨어졌고, 현재 주가는 고점의 절반 수준이다.

아메리칸슈퍼컨덕터와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상온 초전도체 'LK-99'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력 솔루션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다. 이 과정에서 초전도성(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성질)을 활용하고 있지만 상온 초전도체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예상외로 부진하자 아메리칸수퍼컨덕터를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이름만 초전도체인 것 아니냐, 실적보고 투자할 마음 접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네티즌은 "굳이 초전도체 아니어도 친환경 정책 수혜주로 투자할만 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회사는 4년째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월 결산법인인 아메리칸 수퍼컨덕터는 2024회계연도 1분기(2023년 4~6월)에도 398만달러(약 5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035만달러(약 406억원)이었다.

한편 최근 국내 증시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은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현저한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 공시 요구를 받았던 덕성은 전날 장중 "최근 초전도 기술 등과 관련해 주가가 급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현재 이와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LS전선아시아도 이날 "초전도체 케이블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거나 초전도체 개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시했다. 앞서 서남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상온 초전도체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며 관련 종목으로 묶이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 업체는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테마주로 엮인 일부 기업에서 최대주주들이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서남은 최대주주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서 문승현 대표(지분율 9.47%)로 변경됐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기존 최대주주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외 1인이 보유 지분 10.09% 전량을 장내에서 팔아 2대 주주인 문승현 서남 대표와 어떠한 매매 거래 없이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탑엔지니어링이 제출한 공시를 보면 김원남 탑엔지니어링 이사회 의장은 파워로직스 주식 8만4800주 전부를 9640원에 지난 7일 매각했다. 탑엔지니어링은 초전도체 테마주 파워로직스의 최대주주다.

LK-99에 대한 진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6일(현지시간) "많은 이들이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이 물질의 실제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앞서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등은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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