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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등한시한 기업들에 역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근로 조건과 기후 변화를 무시하던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해서다. 뒤늦게 대책을 내놓자 수익성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주가 흐름도 부진한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물류업체 유나이티드 퍼셀 서비스(UPS)는 ESG 역풍을 맞아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UPS가 최근 노동조합과 맺은 노사 협약을 근거로 삼으며 비용이 이전보다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UPS는 지난달 25일 노조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평균 임금을 인상하고, 유급휴가 기간을 늘리는 등의 조건을 수용했다. 동시에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이상 기후로 폭염이 이어졌지만, 운송 차량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로 인해 UPS의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평가다.
UPS의 경쟁사인 페덱스도 ESG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운송 기사에 대한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다. 사고가 늘어나면서 보험료는 지난 10년간 3배 이상 뛰었다. 운송 기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개선하라는 노조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두 물류업체가 그동안 ESG 경영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운송 기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했다는 주장이다. 분노한 운송 기사들의 단합력은 이전보다 강해졌다. 사측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세계 최대 여행업체인 TUI는 기후 변화에 직격타를 맞았다. 올 상반기 남유럽을 강타한 대형 산불 때문에 인기 휴양지에 대한 여행 수요가 급격히 감소해서다. TUI는 올해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를 2500만유로(약 364억원)로 추산했다.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피해액이 추정치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와이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즈(HEI)는 최근 대형 산불로 인해 송사에 휘말렸다. 산불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HEI의 부주의로 인해 산불이 번졌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기상청에서 발전소를 일시 차단하라고 경고했지만, HEI는 이를 무시하고 운영을 계속했다. 하와이 주민들은 집단 소송을 하러 나섰고, 무디스는 HEI의 모회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네 기업의 주가도 부진한 모습이다. UPS와 페덱스의 주가는 지난 한 주간 각 4.8%, 0.1%씩 하락했다. TUI 주가도 2.3%가량 떨어졌다. HEI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법적 분쟁에 휘말리자 주가는 일주일간 58.8% 내려앉았다.
롭 두 보프 블룸버그인텔리전스 ESG애널리스트는 "ESG를 실제 적용한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ESG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투자자들조차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에서 ESG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회계적 손익으로 추산되지 않는 탓에 중요도가 과소평가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노사 갈등 등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산드라 칼리슬 주피터 자산운용사 ESG매니저는 "전통적으로 경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외부효과'가 실제 현금흐름과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걸 투자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통신사 AT&T는 지난 7월 네트워크 장비에 독성 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6개월간 24% 이상 하락했다. AT&T 사건과 무관한 경쟁사인 버라이즌 주가도 올 상반기 17% 이상 내려앉았다. 독성 물질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투자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ESG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재무상태표에 기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 능력이 부족해서다. 니키타 싱할 라자드 자산운용사 ESG 책임자는 "(우리는) 여전히 관련 데이터가 어떻게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더 나은 추정방식을 개발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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