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백남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이 다음달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걸린다. ‘단군 이래 최대 미술장터’로 불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프리즈)에서 새 주인을 찾기 위해서다. 올해 행사의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정리했다.
①화려한 라인업…젊은 국내 작가부터 해외 거장까지 망라
KIAF와 프리즈는 17일 합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부스와 작가 라인업을 공개했다. KIAF는 6일부터 10일까지 열리고, 프리즈는 KIAF와 같은 6일 개막해 하루 먼저인 9일 폐막한다.
지난해처럼 프리즈에서는 가고시안과 하우저앤드워스 등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화랑들이 명작들을 대거 가져와 소개한다. 페이스갤러리는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데이비드 즈워너는 캐서린 번하드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콘라드 피셔 갤러리는 온 카와라와 솔 르윗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레이 갤러리가 가져오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알렉스 카츠, 스테판 옹핀 파인 아트 갤러리가 소개하는 세잔, 피카소, 르누아르, 실레, 터너 등이 종이에 그린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등 주요 화랑들이 참여한다.
토종 대표 아트페어인 KIAF도 만만치 않은 라인업을 준비했다. 210개에 달하는 갤러리들이 각 화랑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황달성 화랑협회장은 “프리즈에 비해 KIAF 출품작들의 평균 작품값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대신 KIAF에서는 신작이나 젊은 작가들을 많이 소개해 역동적인 느낌을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낯익은 거장들의 이름도 여전히 눈에 띈다. 갤러리 BHAK는 단색화 거장 윤형근의 작품을, 조현화랑은 ‘숯의 작가’ 이배를 소개한다. 학고재가 소개하는 장승택과 리안갤러리의 이건용, 선화랑의 이숙자 작품도 눈길을 끈다. 해외 화랑 중에서는 오페라갤러리가 조지 콘도와 키스 해링의 작품을 선보인다.
②서울 전역에서 벌어지는 ‘미술 축제’
전시작 라인업만큼이나 부대 행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먼저 KIAF에서는 참가 갤러리 작가 중 20명을 선정해 소개하고 지원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 섹션이 생겼고, 이들 중 현장 심사와 관객 온라인 투표로 3명을 선정해 창작지원금 총 3000만원을 주는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드'(가칭)도 제정됐다. 특별전으로는 한국 뉴미디어 아트전과 한국 채색화가 박생광·박래현전이 진행된다. 지난해 SETEC에서 열렸던 위성페어 ‘키아프 플러스’는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내외 3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신진작가와 대체불가토큰(NFT) 작품, 뉴미디어 아트를 소개하는 행사다.
전시장 밖에서는 9월 7∼9일 키아프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이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이 코엑스 2층 스튜디오 159에 마련된다. '뉴미디어 아트의 오늘과 내일', '아시아의 아트페어' 등을 주제로 정도련 홍콩 엠플러스 부관장, 버지니아 문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 큐레이터, 노암 세갈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부큐레이터 등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지역별 갤러리 합동 파티인 삼청나이트와 청담나이트 행사도 열린다. 9월 6일에는 청담동 일대 갤러리가, 9월 7일에는 삼청동 일대 갤러리들이 도슨트 투어와 디제잉 파티, 작가와의 만남 등 행사를 진행한다. 한남동의 리움미술관도 9월 초 관련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페어 기간 전국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는 각종 특별전과 파티, 도슨트 프로그램을 키아프 VIP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9월 1∼11일 '미술주간'을 운영한다. 미술주간 동안 전국 290여개 미술관과 화랑, 아트페어에서 전시와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서울시도 9월 1∼10일을 '서울아트위크'로 정하고 서울을 찾은 해외 미술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서울의 미술인들을 소개하는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③홍콩 누르고 '亞 미술 수도' 될 수 있을까
지난해 행사가 관객들로 만원사례를 이뤘던 점, 미술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티켓 판매 흥행’은 확정적이다. 관건은 작품 판매다. 어디까지나 아트페어의 본래 목적은 작품을 파는 것. 미술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에 따라 서울이 홍콩을 뛰어넘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으로 명작을 가져오면 확실히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입증돼야 앞으로도 해외 주요 화랑들이 좋은 작품을 서울로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에 관객이 물밀듯이 밀려오긴 했지만, 그에 비해 판매 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걸림돌은 세계 미술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에곤 실레의 유화가 왔던 작년에 비해 올해 출품작들의 무게감은 작년보다 떨어진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 라인업만 보면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작년보다 긍정적인 점은 중국의 미술시장 ‘큰손’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컬렉터들이 행사에 오지 못했는데, 올해는 많이 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올해 행사를 찾은 컬렉터와 관객들이 좀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동선 등 지난해 행사에서 문제가 됐던 많은 요인들을 개선했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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