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플랫폼이 한정판 제품 인기와 리셀테크(되팔기+재테크) 트렌드를 타고 고성장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리셀 플랫폼들이 개인 소유 제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중개를 맡아 최대 12%의 수수료를 떼가지만 소비자 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과 절차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리셀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7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접수된 리셀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은 총 194건이었다. 2020년 18건에서 2021년 39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51.3% 증가한 137건이 접수됐다.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사유는 '품질 하자'가 절반 이상인 101건(52.1%)으로 가장 많았다. '계약해제·위약금 문제'가 57건(29.4%)으로 뒤를 이었고, 검수 절차·약관 등 부당행위도 21건(10.8%)으로 비중이 컸다.
MZ(밀레니얼+Z)세대 사이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문화가 확산한 흐름을 방증하듯 운동화 관련 피해 사례가 많았다. 품목별로 운동화가 125건(64.4%)에 달했고, '의류' 9.8%(19건), '샌들·구두' 7.7%(15건) 등 순이었다.
리셀 플랫폼을 이용한 5명 중 1명 꼴로 피해 혹은 불만이 발생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소비자원이 지난 4∼5월 크림·솔드아웃·스탁엑스·아웃오브스탁 등 리셀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는 만 14∼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0.5%(205명)가 거래 과정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연평균 리셀 플랫폼 거래 횟수는 6.39회였고 최다 구매 이용자는 72회에 달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응답자 연령별로는 30대의 거래가 7.47회로 가장 많았고, 10대 소비자도 6.38회로 두 번째로 많이 차지했다. 10대 소비자의 연평균 거래금액은 156만2900원에 달했다.
불만·피해 주요 사유로는 46.3%(중복 응답)가 리셀 플랫폼의 불성실 검수 또는 검수 불량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일방적 거래 취소'(37.6%), '거래 취소에 대한 과중한 벌칙 수수료'(32.2%) 등을 지적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소비자원은 크림·솔드아웃·스탁엑스·아웃오브스탁 등 리셀 플랫폼 4곳의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소비자분쟁 발생 시 해결을 위한 기준 및 절차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거래되는 상품가격의 3∼12%를 수수료로 떼가면서도 소비자 분쟁 해결에는 제대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의 검수 기준을 품목별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공개한 곳은 4곳 중 이른바 '2강'으로 꼽히는 크림과 솔드아웃뿐이었다. 스탁엑스는 일반적인 검수 기준만 안내했고, 아웃오브스탁은 검수 기준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크림과 아웃오브스탁은 거래 분쟁에 원칙적으로 플랫폼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었다. 솔드아웃은 분쟁해결과 관련해 분쟁처리기구를 운영한다는 등의 원론적 내용만을 기재하는 등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이나 절차가 미흡했다.
거래 취소 시 구매자에 대한 보상 수준도 지적을 받았다. 리셀 플랫폼 4곳 모두 거래가 취소되면 사유에 따라 판매자에게 상품가격의 5∼15%에 해당하는 벌칙 성격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정작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액은 해당 수수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거나 아웃오브스탁은 보상을 하지 않았다.
10대 미성년자의 거래가 활발하지만 거래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소비자원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판매 플랫폼 사업자에게 보관 서비스 이용계약 중도해지 시 환급금 산정기준 개선, 미성년자 등 소비자 거래 안전을 위한 장치 마련, 검수 기준 안내 등 이용자 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절차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리셀 플랫폼으로 꼽히는 크림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1조7000억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신사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보다 275% 급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크림의 거래액은 전년 추정치보다 약 2.4배 성장해 전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크림의 객단가는 29만3000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운동화의 경우 희소성이 있거나 인기있는 모델은 시간이 지나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상승하는 사례가 많아 '스니커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MZ세대 사이 리셀이 인기를 끌었다. 리셀 인기 브랜드로 손꼽히는 나이키, 뉴발란스 등은 자체 약관을 개정해 리셀 목적 구입을 방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다만 자주 불거지는 가품 논란 등 문제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크림과 솔드아웃 모회사 무신사가 운영하는 '무신사 부티크' 간 빚어진 '짝퉁 논란'이다. 지난해 1월 한 소비자가 무신사 부티크에서 판매한 '에센셜' 티셔츠를 되팔기 위해 크림에 검수를 의뢰하면서 양측간 오간 공방은 결국 제조사의 가품 판정으로 끝을 맺었다.
리셀 플랫폼 자체적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를 집행한 상황에서 소비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익성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크림은 지난해 860억원,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는 42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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