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과학협력 44년 만에 끊길 위기

입력 2023-08-17 18:17   수정 2023-08-18 01:48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양국 간 기초과학 협력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과학계에서는 인류 발전을 위한 공동 연구마저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79년 체결된 미·중 과학기술 협정이 파기 기로에 섰다. 이 협정은 5년마다 갱신되는데, 이달 갱신 여부 결정을 앞두고 미 하원 중국소위원회가 협정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는 서한을 국무부에 보냈기 때문이다. 해당 협정으로 중국이 군사·안보적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게 소위원회의 주장이다.

양국은 이 협정을 통해 물리학·화학·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미국과 공조를 통해 중국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연화불화탄소(CFC)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매년 발생하는 인플루엔자 데이터도 공유했다. 2011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체결한 청정에너지파트너십을 통해 300건 이상의 논문을 동료평가했으며 26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제품 15개를 출시했다.

이처럼 협정이 상호호혜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미 정치권이 중단을 요구한 것은 중국이 자국의 과학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 미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3950억달러로 중국(1290억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10년 만에 중국은 이 예산을 4450억달러까지 끌어올리며 미국(4840억달러)을 바짝 추격했다. 2019년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1% 가운데 중국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을 추월했다.

현장 연구자들은 양국 간 과학교류 중단이 인류 발전을 멈춰 세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긴장과 별개로 양국 과학계의 협력은 떼어내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과학 데이터 조사업체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제1 과학협력국이다. 통신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 발간한 논문 비율이 33.2%로 그 외 국가와의 공조 비율(31.4%)보다 높다.

바이오·에너지 등 분야에서 공동연구가 중단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티엔 시아 UCLA 의대 교수는 선천성 결함에 대한 연구를 최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국 과학자들과의 협력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이안 히스켄스 미시간대 공학교수는 전기차 충전 기술을 함께 연구하던 중국인 엔지니어 마중징이 최근 베이징대 공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프로젝트 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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