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산과 언덕이 유난히 많다.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놓을 때 이것들을 깎아내는 게 일반적이다. 유난히 산이 많은 도시인 부산에선 더더욱 그렇다. 전쟁의 참상을 피해 부산으로 몰려든 서민들이 살던 마을, 고도 성장기부터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녹아 있는 대학 캠퍼스까지. 부산의 도시 개발 역사는 산을 깎는 역사와 다름없다.
그런 부산에 요즘 전에 없던 ‘언덕’이 하나 생겼다. 그 높이만 약 38.5m. 건물 10층 높이다. 기장군에 이 언덕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흙만 200만t에 달한다. 언덕이 생기자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먼 곳에서도 새파란 기장 앞바다를 볼 수 있게 됐다. 산과 바다, 도시와 전원, 과거와 미래까지 여행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간 철학이 반영됐다. 빌라쥬 드 아난티의 탄생 스토리다.
이 중에서도 빌라쥬 드 아난티를 상징하는 건 광장이다. 거대한 마을 내에 있는 호텔 ‘아난티 앳 부산’을 제외한 전 객실은 아난티 회원만 예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폐쇄적인 느낌은 없다. 빌라쥬 드 아난티 곳곳에 있는 넓은 야외 광장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금요일 밤이면 야외 광장에서 라이브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회원과 비회원 할 것 없이 빈백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보드게임을 즐긴다. 아난티는 기존에 자신들을 상징하던 ‘프라이빗’에 ‘공존’을 입혔다.
야외 광장만 있는 건 아니다. 전체 부지의 한가운데 있는 연면적 6000평 규모의 ‘엘피 크리스탈’은 사시사철 날씨와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현대적인 광장’이다. 들어가는 순간 리조트 내 건물이라기보단 주말이면 연인과 가족들이 찾는 도심 속 쇼핑몰 같다는 느낌을 준다. 복합문화공간인 엘피크리스탈은 흡사 유럽의 한 거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 의류 브랜드 세인트제임스도 이 공간의 매력에 빠져 세계 최초로 카페형 매장 ‘세인트제임스&카페’를 이곳에 열었다. 부산 기반 스트리트패션 편집숍인 ‘카시나’도 이곳을 전국 다섯 번째 매장으로 택했다. 아난티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숍인 ‘이터널 저니’와 메인 뷔페 레스토랑 ‘르블랑’, 프랑스식 레스토랑 ‘아쁘앙’이 모두 이곳에 있다. 두 개의 야외 수영장, 한 개의 실내 수영장, 그리고 아이들만을 위한 키즈풀까지 갖춘 ‘스프링 팰리스’도 이 현대적인 광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모든 물이 천연 온천수로 채워진 스프링 팰리스는 아난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영장이다. 단순 호텔이 아니라 ‘놀이터’ 같은 곳이 됐으면 한다는 아난티의 철학이 반영됐다.
빌라쥬 드 아난티를 위해 새로 만든 ‘언덕’ 초입엔 하얀 건물 다섯 동이 서 있다. 이 중 하나가 비회원도 예약 가능한 아난티 앳 부산이다. 아난티 앳 부산은 전 객실이 복층으로 이뤄져 있다. 층고는 6.6m로 객실 2층의 침대에선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실내 수영장은 꼭대기 층인 12층에 있다. 110m의 높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다.
아난티 앳 부산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건물은 회원 전용 펜트하우스 ‘클리퍼’다. 범선이라는 뜻 그대로 바다를 향한 범선 모양을 하고 있다. 히노키탕을 갖춘 ‘스프링하우스’, 객실 내 프라이빗 풀에서 바다를 보며 수영할 수 있는 ‘풀하우스 듀플렉스’, 복층 구조의 ‘듀플렉스하우스’와 거기에 오션뷰 침실을 더한 ‘오션듀플렉스하우스’까지 취향에 맞는 방을 선택할 수 있다.
엘피 크리스탈 뒤로는 완만한 언덕을 따라 단독 빌라 마을이 펼쳐진다. ‘매너하우스’라고 이름 붙은 회원 전용 독채 객실이다. 기존 아난티를 상징하는 프라이빗함의 진수다. 수영장이 딸린 집을 선택할 수도, 넓은 정원이 딸린 집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중 가장 큰 집은 침실과 욕실이 각각 네 개, 프라이빗 풀과 자쿠지, 정원을 모두 갖추고 있다. 94채뿐인 매너하우스들 사이엔 두 개의 비밀 수영장이 있다. 오직 이곳에 머무는 회원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오너스풀’엔 낮엔 태양 아래 수영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가족들로, 밤엔 수영장 옆의 프라이빗한 레스토랑과 이자카야에서 여유있는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로 붐빈다.
“건축물은 만들고 나면 더 이상 개인 소유가 아니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산과 바다 사이 새로 솟아난 이 언덕은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인 동시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광장이 됐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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