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260원대였다. 지난해 1400원대를 넘나들던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중국과 미국의 상황 변화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17일 달러당 1342원까지 뛰어올랐다. 시장에선 “다음 저항선은 1350원”이란 시각이 많지만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심화하고 외환당국 개입이 없다면 환율이 135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여파로 원화 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게다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견고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진 것도 달러 강세의 요인이다. 이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ed는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안정될 때까지 긴축을 지속할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긴축을 이어가면 달러화 강세 흐름이 지속된다. 금리 인상을 멈춘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현재 2%포인트에서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외화자금 유출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 징후까지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부동산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대리(프록시) 통화’인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고시환율을 0.009위안(0.13%) 올린 7.207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이 환율 방어선으로 여기는 7위안 선은 지난 5월 이미 깨졌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중국 경제위기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기대한 만큼 반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수출 부진 등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현재 원화는 위안화보다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175원55전이던 원·위안 환율은 이날 182원83전으로 4.1% 올랐다. 원화가 위안화 대비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조윤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300~135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다면 원화(가치)가 작년 3분기 전 저점 수준으로 절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화 가치는 영국 파운드화 대비 4.2%, 유로화 대비 3.9%, 일본 엔화 대비 2.2% 하락했다. 원·파운드 환율은 이날 1703원대를 기록, 7년2개월 만에 1700원을 넘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통화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원화 대비 -17.5%),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1.1%), 최근 기준금리를 내린 브라질 헤알화(-0.5%),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2.1%)뿐이다. 두 나라 통화는 원화와 변동률이 같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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