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 사기극으로 꼽히는 테라노스 사건은 탐욕이 잉태한 현대판 연금술로 꼽힌다. “피 한 방울만 뽑으면 250가지 이상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호언한 엘리자베스 홈스는 ‘여자 스티브 잡스’로 추앙받았다. 테라노스의 가치는 9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했고, 그는 불과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억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그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회사 가치는 곧바로 0달러로 추락했다. 그는 11년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
국내에서 신기술 개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빚은 참사의 대표 사례는 황우석 사태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시장에선 테마를 형성하며 일부 바이오 업체 주가가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최근 LK-99가 과학계를 흔들었다.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꿈의 물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인류 역사 이래 최고의 발견’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주식시장에서는 ‘초전도체 테마주’ 광풍이 불었다. 개발 진위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테마주로 묶인 회사 가운데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공시가 잇따랐지만, 한탕주의에 눈이 먼 개미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급기야 유력 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고 밝혔고 대부분 초전도체 테마주가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초전도체 테마 기업에서는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이뤄졌다. 언제나 손실은 개미들 몫인가.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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