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놓고 물밑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원내지도부에 내년 예산 지출 규모 증가폭을 올해 대비 3%대에서 제한한다는 방침을 보고했다. 3%대 총지출 증가율은 2017년(3.6%) 이후 처음이다. 올 상반기(1~6월)에만 덜 걷힌 국세가 40조원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지출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조만간 당정 회의를 거친 뒤 이달 예산안 편성을 마칠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대체로 기재부 방침에 공감하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핵심 관계자도 “세수 펑크를 고려하면 3%대 증가율도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 방침에 동의했다.
다만 내년 총선 출마를 앞둔 일선 의원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출을 줄였다간 자칫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지역 숙원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재선 의원은 “정부 사정은 이해하지만, 본인 정치 생명이 달린 총선을 앞두고 지출 축소를 바라는 지역구 의원이 어디 있겠느냐”며 “상당수 의원은 기재부 방침(3%대 총지출 증가율)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대표 정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재정 투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6월 강연회에 왔을 때만 해도 ‘총선이 어렵지 않도록 예산안을 편성하겠다’고 했다”며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치권에선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에 예산 증액 권한은 없다. 다만 그간 국회는 감액 권한을 내세워 정부와 사실상 증액 협상을 했다. 국회 제출 뒤에도 정부 동의를 받으면 증액이 가능하다. 예결위 관계자는 “각종 지역구 민원 등의 예산을 늘려달라는 민원에 통상 예산안은 국회 심의 중 정부 제출안에서 1~2%포인트 조정됐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3%대 지출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최종안은 4%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회의 증액 요구를 고려해 기재부가 2%대 총지출 증가율이 담긴 예산안을 제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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