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야당 지도자가 자국 주재 미국 대사에게 지난해 케냐 대선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입 다물고 있어라"고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케냐 일간지 더스탠더드에 따르면 라일라 오딩가 야당 대표(사진)는 전날 지난해 8월 치러진 "케냐 대선이 역사상 가장 신뢰할만한 선거였다"는 멕 휘트먼 미국 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같이 말했다. 오딩가 대표는 "대사에게 케냐는 미국이 아니라고 말해달라. 케냐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여기 있는 동안 입 다물고 있으라. 그렇지 않으면 본국으로 소환을 요청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휘트먼 대사는 지난 16일 케냐 서부 지방 도시 엘도레트에서 열린 제8차 케냐 지방분권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지난해 케냐 대선이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하며 검증할 수 있는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케냐 여당은 오딩가 대표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고 휘트먼 대사에게 사과할 것과 우방에 대한 예의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오딩가 대표는 윌리엄 루토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로 패한 뒤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루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하지만 부정선거를 줄곧 주장해온 오딩가 대표는 대선 결과에 대한 재조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주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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