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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희소한 제품을 재판매(리셀)하는 시장이 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탓에 소비자들이 아끼던 제품을 매물로 내놓기 시작해서다. 수집을 일종의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계가 어려워진 미국 소비자들이 올 들어 더 활발하게 수집품을 재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학자금 대출 등 가계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보조금이 끊기고,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재판매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군은 주로 스포츠 굿즈다. 유명 선수의 친필 서명이 담긴 용품이나 야구선수 카드를 재판매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이런 수집품의 인기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희소성이 더 커져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데시퍼에 따르면 미국의 수집품 재판매 시장은 2033년까지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운동화 재판매 시장도 급부상했다. 나이키 등 운동화 브랜드에서 내놓는 한정판이 인기를 끌자 재판매 시장도 활성화했다. TD코웬에 따르면 운동화 재판매 시장은 2030년까지 매년 16%씩 성장해 총규모가 3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추산한 글로벌 운동화 시장 규모(1000억달러)의 30%를 차지한다.
중고 만화책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고 만화책 거래 규모는 지난해 153억달러에서 2030년 22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집품 시장이 성장한 배경엔 강력한 수요가 있다.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희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나타나면서 시장이 더 확장했다는 분석이다. 재판매 플랫폼들도 해외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갔다. 실제 미국의 운동화 재판매 업체인 선셋 스니커즈를 운영하는 아샤이 홈은 매달 2500여 켤레의 운동화를 사고팔며 월 매출 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서 수집을 일종의 투자로 인식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미술품에 투자하듯 역사적인 유물과 유명 연예인의 소유물을 투자 대상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컬렉터 중 하나인 토마스 폴리프로니는 WSJ에 "여러 세대에 걸쳐 미술품이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것처럼 케네디 대통령의 편지 등 의미 있는 물품도 투자 가치가 크다"며 "이러한 물품을 조각처럼 모아 포트폴리오 투자에 나선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집을 투자로 여기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시장이 아직 대중화하지 않은 탓에 유동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희귀 만화책을 판매하는 미드타운 코믹스의 글래드스톤 대표는 "수집가의 컬렉션은 그들만의 포트폴리오라 불리지만, 이는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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