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타민과 홍삼 제품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 허용 문제로 말이 많다. 당근마켓처럼 생활용품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 잘 구비된 요인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중고 물품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매매의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하는데, 이를 민간에서 반대하고 나선다는 점이다. 외형적 이유는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고, 기능성 식품과 관련된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로는 재판매로 인한 해당 업계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반 소비자는 구매권,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를 환영하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나 다양한 선택권은 소비자의 이용후생을 증대시킨다. 건강식품류의 중고거래에 대한 제한 풀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비타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안전성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과 거래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제조와 포장 과정, 집합적 물류센터에서 규정 내 관리는 상식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 사이의 재판매를 규제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더구나 이런 제품은 방송·통신 판매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인터넷 판매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당근마켓 등으로 생활 속에서 필요한 사람끼리의 자율 매매를 막을 이유가 없다. 배송 기간이 길어지는 통신·인터넷 판매와 달리 당근마켓 판매는 오히려 더 빠르고 신속·정확하게 거래된다.
유해 상품 거래를 우려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유해 상품이 있다면 기존의 통신 판매에서는 거래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그런 상품은 그 자체로 단속 대상일 뿐, 그런 제품의 존재 가능성 때문에 개인 간 거래를 막을 수는 없다. 유해 상품 여부, 유통 날짜의 유효성은 개별 소비자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이고, 현대의 소비자가 그 정도 기본 역량은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관련 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취급 물량과 판매량 감소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해당 제조업계의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판매량 감소로 인해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가격 책정의 주도권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기득권 지키기다.
약국 등에서는 제조 일자, 유효 일자, 제품 상태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반면 당근마켓 거래는 가정집에서 오래 방치된 것들이 포함될 공산이 크다. 날짜가 한참 지난 제품이나 적절하지 않은 조건에서 보관된 제품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이런 위험한 불량품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거래되다가 뒤탈이 나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제조업자가 책임질 수도 없고, 판매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중국 등지에서 들어오는 수준 이하의 유해 제품도 제한 없이 마구 거래될 수 있다. 위험한 거래는 원천적으로 막는 게 답이다.
건전한 유통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업체는 이윤과 유통비용을 포함해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하지만 집 안에 쌓인 남은 제품이 기형적으로 싼 가격에 거래될 경우 제조 및 판매 가격은 무의미해질 정도로 도전받게 된다. 결국 관련 업체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업계는 고사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이익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 건강 관련 식품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단순히 제조 과정에만 국한돼선 안 된다. 유통 과정도 정부 책임이다. 오히려 해외 직구 등으로 쉽게 들어오는 외국산 해당 제품의 유통까지 더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당근마켓의 재판매를 허용한다면 블로거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어떠한 재판매도 저지할 명분이 없어진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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