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4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1000만 부가 판매되었다. 전체 판매량의 5분의 1이 우리나라에서 팔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했던 걸까.
<미움받을 용기>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 알프레트 아들러가 20세기 초 무렵에 창설한 ‘개인심리학’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오랫동안 아들러를 연구해 온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일본의 대표적 스토리텔링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 집필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아들러는 프로이트가 운영하는 빈 정신분석협회의 핵심 일원으로 활약하다가 학설에서 대립이 일어나자 독립해 독자적인 이론을 펼쳤다.
첫 장에서부터 아들러는 “마음의 상처가 현재의 불행을 일으킨다”라고 주장하는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이론’을 여지없이 부정한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과거의 ‘원인’이 아닌 현재의 ‘목적’에 주목한다. ‘불안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과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까 불안한 감정을 지어내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에게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을 부정한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면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얻으려면 타인에게 미움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의 카드는 언제가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 나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고 아들러는 강하게 말한다.
그렇더라도 내가 세계의 중심은 아니라는 것이 아들러의 생각이다. 나는 인생의 주인공이면서도 공동체의 일원이자 전체의 일부라는 논리다. ‘이 사람이 내게 무엇을 해줄까’가 아닌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가운데 자신의 가치를 실감하며 소속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들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은 바꿀 수 없지만, 주어진 것을 이용하는 방법은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라. 아들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라며 과거를 돌아보기보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고 권한다.
철학자는 끊임없이 회의하고 반발하는 청년에게 “내 힘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세계란 다른 누군가가 바꿔주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바뀔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1권을 끝낸다.
수평 관계를 강조하는 철학자와 학교 현장에서는 수직 관계가 필연이라고 주장하는 청년이 ‘일, 교우, 사랑’이라는 주제로 설전을 벌이다가 “사랑은 ‘나’라는 인생의 주어를 ‘우리’로 바꿔주지. ‘우리’는 사랑을 함으로써 ‘나’로부터 해방되어 자립을 이루고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뜻을 모은다.
<미움받을 용기>가 2000년 이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과거’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우리 사회에서 좋은 목적을 향해 질주하고픈 사람들의 열망이 폭발했기 때문 아닐까. <미움받을 용기>는 우리가 확신하고 있던 많은 것을 논리적으로 파괴하고 감성적으로 설득하며 ‘자유를 선택하면서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라고 등 두드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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