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뷰티·패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의 1970년대생 오너 2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제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하고 있다. 이들은 1940년대 중후반생인 창업주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각자의 족적을 남기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방산업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최고의 실적을 올리거나 선방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1974년생 윤상현 부회장(49), 코스맥스는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를 1978년생 이병만 사장(45)이 맡아 그룹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웅제약에서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다가 1990년과 1992년 각각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창업한 윤동한 회장(76), 이경수 회장(77)의 뒤를 이었다.
윤 부회장과 이 사장이 공통으로 힘쓰고 있는 분야는 ‘초개인화 화장품’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화장품 소재 부문 경쟁력을 앞세워 개인은 물론 화장품 창업을 꿈꾸는 자영업자 누구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콜마는 ‘플래닛147’, 코스맥스는 ‘코스맥스 플러스’라는 기업 간 거래(B2B) 화장품 개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인디 브랜드를 고객사로 유치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인 ‘쓰리와우(3WAAU)’를 출시했다.
윤 부회장이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답게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는 데 비해 코스맥스는 2017년 미국 누월드 인수 후 별다른 M&A 없이 ODM 본업에 집중하는 건 차별화 포인트다. 윤 부회장이 주도해 2018년과 2022년 각각 인수한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연우는 증권업계에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스맥스는 중국 이센그룹과 합작해 광저우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 법인에서 창고 일부터 배운 ‘중국통’ 이 사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영원무역은 21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증가율이 한 자릿수(1.2%)에 머물렀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주요 판매처인 미국 경기가 예상 밖 강세를 보여 이들의 실적이 하반기엔 뚜렷이 개선될 것”(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으로 본다.
이들은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를 통한 원가 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인접한 중남미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베트남에서는 현지 원단공장을 인수하는 등 염색부터 제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등에 공장을 둔 영원무역은 최근 인도 생산기지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78)의 차남, 성 부회장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76)의 차녀다. 김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64학번, 성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66학번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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