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는 적극 해석, 임시허가, 실증특례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체 승인 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실증특례는 법으로 금지돼 있거나 안전성이 불확실한 사업을 조건부로 허용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최대 4년만 허용하는 실증특례 기한이다. 이후 관련 규제가 사라지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올해부터 시한부 올가미에 걸린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첫해인 2019년 승인받은 195건 중 29건(14.9%)은 사업을 접었다.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관련 실증특례를 받은 바이오업체 대부분은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는 정부의 까다로운 허용 조건을 문제로 꼽는다. 제이지인더스트리는 버스 외부에 LED(발광다이오드) 광고판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버스 10대에만 운영해보라는 조건을 달았다. 업체는 수익성과 규제 완화 필요성을 입증하기 어려웠고, 승인 1년 만에 폐업했다.
2019년 실증특례를 받은 뒤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 67곳(34.3%)의 사정도 비슷하다. 공유숙박 업체 위홈은 2019년 승인을 받아 2020년 7월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 7월 실증특례가 끝난다. 정부가 내건 조건은 ‘서울 1~9호선 지하철역 반경 1㎞ 이내에 있는 호스트 4000명 한정’이다. 조상구 위홈 대표는 “지금 같은 조건으로는 규제받지 않는 해외 업체 에어비앤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로 사업이 막히기도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이노의 길영준 대표는 “규제 완화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해 심장 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원격의료 금지에 수가 책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고 했다.
정부는 실증특례 4년 시한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실증특례를 임시허가로 전환해주는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폐차 플랫폼 업체 조인스오토만 유일하게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의 엄격한 심사로 실증특례 승인을 해줬는데 시행 기간에 문제가 없었다면 관련 규제를 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이시은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